백설공주 사과는 왜 하필 빨간 사과였을까?

백설공주를 유혹한 동화 속 최초의 컬러마케팅

by사유하는 밥상

식품영양학자가 동화를 읽는 방법 ⑫

제목 : 백설공주 사과는 왜 하필 빨간 사과였을까?

부제 : 백설공주를 유혹한 동화 속 최초의 컬러마케팅


백설공주 동화를 떠올릴 때, 우리는 흔히 왕비의 사악함과 독사과의 위험성에 주목한다. 하지만 이야기의 줄기에서 조금 빗겨나 새로운 시선으로 질문을 던져보자.

“만약 왕비가 내민 사과가 조금 덜 익은 푸른 사과였거나, 밋밋한 노란 사과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공주는 선뜻 손을 내밀어 받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왕비가 독을 숨기기 위해 선택한 진짜 무기는 어설픈 주문이나 독약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공주의 경계심을 완벽히 무력화시킨 ‘빨간색’이라는 유혹의 스위치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음식을 바라볼 때 우리의 뇌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감각은 단연 시각이다. 냄새를 맡고 혀로 맛을 보기 전, 눈으로 확인한 색깔이 이미 맛의 80%를 결정짓는다고 한다.

빨갛게 잘 익은 사과를 보면 새콤 달콤하면서도 아삭한 맛을 상상하고, 노오란 바나나를 보면 잘 익은 달콤한 맛을 떠올린다.

색은 음식의 맛을 직접 만들어내지는 않지만, 우리가 음식을 어떻게 느낄지에 대한 기대를 만든다.


특히 ‘빨간색’은 인간의 식욕을 가장 강렬하게 자극하는 매혹의 컬러다. 더구나 자연계에서 빨간색은 태양 빛을 가득 받아 풍부한 당분과 영양소가 차올랐다는 생명의 신호이자, 안토시아닌과 라이코펜 같은 강력한 항산화 영양소가 가득하다는 ‘안전 인증 마크’이다. 인류가 진화하며 뇌에 각인해 온 “저것은 에너지가 가득 찬 맛있는 음식”이라는 식욕을 자극하기에 빨간 사과만큼 완벽한 아이템은 없었지 싶다

특히 백설공주(Snow White)는 이름 그대로 순백의 피부를 갖고 있는 아름다운 공주다. 거기에 가장 탐스러운 빨간 사과와 시각적인 대비를 일으켜 이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준다.


오늘날 수많은 패스트푸드 브랜드와 외식 기업들이 로고와 인테리어에 빨간색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빨간색은 뇌의 시상하부를 자극해 침샘을 고이게 만들고, “이것은 당분과 에너지가 가득한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결국 왕비는 ‘컬러 마케팅으로 타인을 완벽히 유혹하는 데 성공한 최초의 마케터’였던 셈이다. 빨간색의 사과는 공주에게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냈고, 빨간색의 사과는 ‘너무나 탐스럽고 먹음직스럽다’는 유혹을 만들어냈다.


원작 동화에서 왕비는 사과를 반으로 쪼개 독이 없는 쪽은 자신이 먹고, 독이 든 붉은 쪽을 공주에게 건넨다. 칼로 껍질을 깎아 먹는 우아한 귀족의 버릇을 유지했다면 독을 피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맛있게 잘 익은 사과는 통째로 먹어야 제 맛이다. 사과를 통째로 ‘와작’ 베어 무는 순간 그 아삭함이 느껴지고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으니까.

그러나 사과를 통째로 와작 베어 물어 버린 바람에, 커다란 사과 조각은 백설공주의 목에 턱 걸리게 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목에 걸린 사과조각덕분에, 독이 몸 전체로 흡수되기도 전에 기도가 막혀 임사 상태로 보존된 것이다. 죽은 줄 알았던 백설공주를 난쟁이들과 왕자가 이동시키다가 발을 헛딛는 바람에 충격이 가해졌고, 목에 걸려 있던 사과 조각이 밖으로 튕겨 나오며 공주는 다시 살아난다. 시각적 유혹에 넘어가 통째로 베어 문 엉뚱함이 목숨을 구하는, 기가 막힌 서사의 반전이다.


오늘 다시 읽은 백설공주의 이야기는 독사과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쩌면 빨갛고 탐스러운 사과가 던져주는 매혹적인 이야기다.

만약 마법의 거울에게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하고 묻는다면, 거울은 백설공주도, 마음씨 나쁜 왕비도 아닌 이렇게 대답하지 않을까?

“네,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것은 바로 저 탐스러운 빨간 사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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