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공연도 먹거리도 없다? 공원의 유쾌한 반전

매일 산바카라하던 캐나다 호수공원에서 만난 '공원의 날' 소박한 현장

by김종섭

매일 루틴으로 걸어온 호수공원 산바카라로 입구에서 얼마 전 뜻밖의 안내판을 보았다. 8월 8일 토요일, 시(City)가 주관하는 '공원의 날'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이었다.

행사가 열리는 장소는 호수 위쪽에 자리 잡은 피크닉 구역이다. 이곳은 취사가 허용되어 있어, 주말이면 바비큐를 하거나 라면을 끓여 먹는 야영의 즐거움을 한동안 누렸던 친근한 공원이기도 하다.

공원의 날 행사가 '시 주관 행사'라는 안내에 내심 한국의 지자체 축제처럼 야외무대도 설치하고 다채로운 공연이나 연주회가 열릴 것이라 생각했다. 무더위를 식혀줄 음료나 먹거리 장터도 서지 않을까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주말을 기다렸다.

'공원의 날'이라는 말에 순간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한국식 축제 풍경을 떠올렸던 것이다. 모처럼 사람 모이는 축제 분위기를 느껴볼까 싶어 행사 시작 시간보다 한 시간 앞당겨 공원 행사장을 가기 위해 산바카라길을 나섰다.

하지만 행사장에 들어서는 순간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대했던 야외무대나 화려한 천막이 아니라, 소박한 간이 텐트 부스 몇 개가 전부였다. 모처럼 며칠 전부터 기대했던 마음이 순간 허탈해졌다.

공원 한쪽에서는 분홍색 아이스크림 푸드트럭 단 한 대가 길게 늘어선 줄로 단연 행사장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기대에 못 미쳐 허탈한 마음을 내려놓고 천천히 둘러보았다. 부스에 배치된 행사 요원들은 모두 시청 명찰을 착용한 직원들이었다. 화려한 볼거리 대신 시민들에게 도시 숲의 생태와 보존 가치를 알리기 위한 홍보 부스들로 채워져 있었다.

부스마다 생태계 설명 자료와 팸플릿이 놓여 있었고, 공원 중앙에서는 모래주머니를 던져 구멍에 넣고 점수를 얻는 간단한 미니게임이 진행되고 있었다. 우리 부부도 한 사람당 세 번씩 주어진 기회로 모래주머니 던지기에 도전했지만, 단 한 번도 구멍을 통과시키지 못한 채 허탈하게 웃으며 짧은 게임을 끝냈다.

이어 부스에 전시된 자료들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그동안 공원 산바카라길을 걸을 때는 그저 걷는 데만 집중했었는데, 이번 행사를 통해 이 공원의 역사와 도시 숲의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시와 봉사자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매일 지나치던 산바카라길은 그저 나무와 흙길이라는 단순함으로 걸어왔는데, 오늘 본 '공원의 날' 행사로 공원이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보통의 축제가 '사람을 흥겹게 하기 위한 볼거리'에 집중한다면, 이곳 캐나다의 '공원의 날'은 축제의 주인공을 사람이 아닌 '공원 그 자체'로 두고 있었다.

대단한 공연이나 먹거리 장터 없이도, 우리가 매일 거니는 자연이 어떤 숨을 쉬고 있는지 가만히 들려주는 것이 이들이 공원을 축하하는 방식이었다. 무심히 누리기만 했던 터전의 소중함을 나지막이 일깨워 주는 소박한 부스야말로, 가장 공원다운 축제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늘 걷던 산바카라로를 다시 걸었다. 처음 기대했던 흥미진진하고 시끌벅적한 행사는 아니었지만, 매일 지나치는 익숙한 길 위에 숲의 역사라는 소박한 이야기 하나가 새로 얹어졌다.

거창한 축제보다 때로는 이렇게 자연과의 공존을 가만히 생각하게 하는 소박한 공간이, 우리의 일상과 마음을 한 층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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