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바카라길에서 만난 어린 생명... 어미는 과연 올까

숲길 한복판에 나타난 야생동물 새끼, 낙엽으로 감싸 옮긴 까닭

by김종섭

숲길 산바카라로를 거의 다 걸어갈 무렵이었다. 발걸음을 옮기던 산바카라로 바로 앞 바닥에 시커먼 물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조심스레 다가가 들여다보았다. 쥐는 아닌 듯했고, 겉모습으로 보아 청설모나 다람쥐의 새끼로 보였다. 붉은 핏빛이 감도는 살결에 털도 전혀 나지 않은 아주 어린 생명이 사력을 다해 꿈틀거리는 모습이 어찌나 가엽던지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생전 처음 보는 갓 태어난 야생동물의 생생한 요동이었다. 시선을 돌려보니 바로 옆 숲 속 풀밭에도 똑같은 모습의 또 다른 새끼 한 마리가 놓여 있었다. 유독 산바카라로에 나온 새끼만 꿈틀거림이 강했고, 숲 속에 있던 새끼는 움츠린 채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찌할 바를 몰라 망설이고 있을 때, 아내가 낙엽 몇 장을 챙겨 왔다. 손으로 직접 만지기보다 넓은 낙엽으로 살포시 감싸서 숲 속에 있는 다른 새끼 옆으로 함께 옮겨놓자는 것이었다. 아내의 말대로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받침 삼아 여린 새끼를 살포시 감싸 안았다. 혹여 다칠까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겨 숲 안쪽으로 무사히 옮겨놓았다. 이후 스마트폰 검색과 인공지능(AI)을 통해 정보를 찾아보니 청설모나 다람쥐일 가능성이 크다는 답변을 얻었다.

낙엽으로 감싸 숲으로 옮겨놓은 어린 생명. (※ 형태가 그대로 노출되어 징그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아마 어미가 새끼를 낳고 옮기는 과정에서 나뭇가지 둥지에서 이탈해 한 마리는 숲 속에, 다른 한 마리는 사람이 다니는 산바카라로 한복판에 빠져나오게 된 것으로 추측되었다. 자료를 더 찾아보니 야생동물 새끼를 옮길 때 사람 손이 직접 닿으면 체취 때문에 어미가 새끼를 거부하고 버릴 수 있으므로 손대지 말고 도구를 이용해 숲으로 옮겨주는 것이 맞다는 안내가 나와 있었다. 다행히 맨손으로 만지지 않고 낙엽을 이용해 옮겼으니 참으로 천만다행이었다.

문득 어릴 적 집에서 토끼를 키우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당시 새끼 토끼를 옮기거나 만질 일이 있으면 사람 냄새를 없애기 위해 손에 토끼 오줌을 묻혀서 만져야 했다. 만약 사람 냄새가 배면 어미 토끼가 자기 새끼로 인정하지 않고 물어 죽였기 때문이었다. 까마득한 어린 시절의 기억 덕분이었을까, 낙엽으로 감싸 옮긴 대처는 옳았지만 과연 어미 다람쥐가 무사히 찾아와 데려갈 수 있을지 안타까움과 걱정이 가시지 않은 채 산바카라길을 돌아 내려왔다.

아내는 처음에 그 시커먼 물체를 보고 '민달팽이'인 줄 알았다고 했다. 실제로 비가 오거나 습한 날 산바카라길을 걷다 보면 수많은 민달팽이가 길 위로 나와 있는 것을 본다. 제 스스로의 습성에 따라 길을 건너는 수많은 작은 생명들의 자연스러운 이동까지 인간이 하나하나 개입해 숲으로 옮겨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저 무사히 지나가길 바라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리곤 했던 이유다. 하지만 오늘 만난 어린 새끼는 달랐다. 제 힘으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둥지에서 이탈해 사람들의 발길과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급박한 위기 상태였다. 자연의 흐름을 어지럽히지 않는 선에서, 발밑의 치명적인 위험을 피해 숲이라는 최소한의 안전지대로 옮겨주는 것은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최소한의 도의이자 배려였다.

올해 초, 비엔나 여행 첫날 첫 여행지에서 목격했던 장면도 떠올랐다. 길을 걷던 중 까마귀와 비둘기가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았다. 결국 까마귀의 공격을 받은 비둘기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차도로 기어들어 갔고, 아차 하는 순간 달리는 차에 치여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고 말았다. 눈앞에서 벌어진 처참한 죽음을 보며 여행하는 내내 마음이 먹먹하고 안타까웠던 기억이다.

갓 태어난 경이로운 생명도, 순식간에 찾아오는 죽음도,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에게는 어느 시선으로 보든 무겁고 고귀한 것이다. 비록 야생의 세계가 약육강식이라는 냉정한 법칙으로 움직인다 할지라도, 만물의 영장이라 불리는 인간의 눈에 들어온 그 작은 요동 역시 예외 없이 고귀한 하나의 생명으로 다가왔다.

매일 걷는 산바카라길에서 늘 자연과 함께 숨을 쉰다. 울창한 나무와 이름 모를 들꽃, 숲 속을 채우는 산새들의 울음소리가 정겹다. 바깥세상의 소음과 섞이지 않은 숲 속의 신선한 공기 속에서 마음의 평온을 얻는다. 오늘 숲 속으로 옮겨준 그 작은 새끼가 부디 어미를 다시 만나 무럭무럭 자라나기를, 그리하여 이 울창한 나무를 자유롭게 오르내리며 자연의 떳떳한 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축복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