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 왕이불
"돈이 없으면 센스라도 있어야지. 가난하다고 해서 미감이 죽어야 하는 건 아니거든."
나는 가위를 다시 한번 고쳐 잡았다. 아이는 겁에 질려 엉덩방아를 찧으며 주저앉았다. 내 몸무게가 50킬로그램도 안 된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나는 꽤나 위협적으로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잘 들어. 나는 지금 너의 그 구질구질한 인생 상담을 하러 온 게 아니야. 나는 내 시력을 보호하기 위해 이 흉측한 실뭉치를 제거하러 온 거라고. 할머니가 나가는 게 걱정이야? 그럼 실 한 가닥으로 묶지 말고, 온 동네를 실로 덮어버리면 되잖아. 할머니가 어디로 가든 실을 따라가면 찾을 수 있게 말이야. 그게 훨씬 합리적이고 물리적으로도 타당하지 않겠니?"
은하가 울음을 멈추고 멍청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네? 온 동네를... 실로 덮는다고요?"
"그래. 이 멍청한 꼬맹아. 실 한 가닥으로 사람을 붙잡으려 하는 건 전라도 말로 '뻘짓'이야. 차라리 그물처럼 촘촘하게 마을 전체를 엮어버리면 할머니가 어딜 가도 이 미로 안에 갇혀 계실 거 아니야. 그게 바로 지성인의 해결바카라이지."
나는 자부심에 가득 차서 어깨를 으쓱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불어온 바람 때문에 몸이 45도 정도로 기울었지만, 나는 전신주를 붙잡으며 품위를 유지했다.
"근데 이장님은... 이장님이 화내실 텐데..."
"이장? 아, 그 입술 가뭄 난 아저씨? 그 아저씨는 내가 이미 립밤으로 조련해 놨으니까 걱정 마. 어차피 우리 아빠 가족 카드가 내 주머니에 있거든. 한도 같은 건 걱정할 필요 없다는 소리지. 내가 지금 당장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부드러운 이탈리아산 메리노 울을 주문할 거야. 그래서 이 촌구석 낭성면을 거대한 뜨개질 공방으로 만들어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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