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닿은 자리에 남은 것들

살아 있다는 일의 조용한 무게

bymaggie chae

거울 속의 얼굴은 분명 나였다.


그런데도 오늘은, 이 얼굴이 나를 알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눈을 마주친 채로 서 있었지만, 시선이 정확히 닿지 않는 느낌이 있었다. 아주 미세하게 어긋나 있는 상태였다.


나는 이름을 불러보았다.

익숙한 발음이었다. 매일 여러 번 불려 왔던 소리였다. 그런데도 오늘은 이 이름이 내 안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거울 속의 입술은 움직였지만, 그 움직임이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없었다.


잠깐의 지연이 있었고 이 짧은 틈에서, 이상한 생각이 스쳤다.

'이름이 나를 가리키고 있는 게 아니라,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가 있는 건 아닐까.'


나는 다시 한번 불렀다.

이번에는 조금 더 또렷하게, 끊어서. 내가 나를 정확히 가리킬 수 있도록.


그때 거울 속의 얼굴이 움직였다. 고개가 돌아왔고, 시선이 맞춰졌다.


그 순간, 나는 분명히 알았다.

이건 나를 보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히 달랐다.
표정도, 눈도 그대로지만, 안에 있는 것이 내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더 이상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그 상태로 한참을 서 있다가, 불을 끄고 방을 나왔다.


-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어젯밤의 그 장면이었다. 거울 속에서 돌아보던 얼굴. 그 시선이 정확히 무엇을 향하고 있었는지, 아직도 알 수 없었다.


나는 무력하게 바닥에 누워 있었다.

몸을 움직이자 통증이 따라왔다. 크게 아프지는 않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았다. 어제의 것이 그대로 남아 있는 감각이었다. 입 안쪽에서 이름이 떠올랐다. 소리를 내지는 않았지만, 발음은 분명했다. 나는 그 이름을 다시 부르지 않았다.


손끝으로 상처를 짚었다. 언제 생긴 건지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 자리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표면은 거칠었고, 아직 닫히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그 아래에서 미세하게 뛰는 감각이 느껴졌다. 나는 손을 떼지 않았다. 어제와 지금이 이어져 있다는 걸 확인하는 것처럼.


느릿하게 몸을 일으켜 창문을 열었다.


차가운 공기가 들어왔다. 먼 거리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이 이어졌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침은 그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주방으로 가서 물을 끓이고, 컵에 따라 마셨다.

뜨거운 감각이 목을 따라 내려갔다. 나는 그 온도가 식어가는 과정을 가만히 느꼈다.


그 사이에서 문득,

어제의 내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또렷해졌다.

사라진 것도 아니고, 되돌아온 것도 아니었다.


다만,

어딘가에 그대로 남아 있는 채로 나와 분리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나는 다시 이름을 떠올렸다.

그리고 여전히, 이 이름이 나를 가리키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빛은 창가에 닿아 있었고, 방 안의 것들은 그대로였다.


모든 것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이 우주 안에서 나만 홀로 이어지지 않고 있었다.


나는 컵을 내려놓았다.

손에 남은 열기가 천천히 식고 있었다.

이 감각을 끝까지 따라가다가, 아주 단순한 생각이 들었다.


이 상태로도 하루는 계속된다는 것.

그리고 이 하루를 내가 살아내야 한다는 것.


살아 있다는 일의 조용한 무게였다.


빛이 닿았던 그 자리에

아직 연결되지 않은 나를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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