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게임즈
1988년 서울 올림픽은 국가적인 대 축제였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은 시간이었다. 만화 영화를 비롯해서 TV 프로그램이 결방이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종목들도 많았다. 특히 한 사람씩 나와서 순서대로 진행하는 경기가 더 그랬다. 그냥 동시에 하면 안 되는 건가? 왜 이렇게 시간을 길게 끄는 걸까? 힘들게 지은 경기장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쓰려고 그러는 걸까? 티켓 값을 벌려고? 아무튼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초등학교 그룹 과외를 하러 자주 가는 친구 진남이네 집에는 컴퓨터가 있었다. 중학생인 진규 형의 것이었는데, 과외와 과외 사이에 선생님이 교체되는 시간 동안 종종 게임을 하곤 했다. 하지만 그룹 과외의 참여 인원은 6명이나 됐다. 당연히 모두가 게임을 할 수는 없었기에 진규형에게 에쁨을 받는 내가 주로 PC를 독점했다. 어느 날, 진규형이 우리에게 말했다. 다 같이 할 수 있는 게임을 카피해 왔어. 우리는 6명이고 진규형까지 합치면 7명인데 한 번에 할 수 있다고? 충격이었다.
진규형이 실행한 게임은 캘리포니아 게임즈였다. 6개의 게임이 있는데, 최대 8명까지 가능하다고 했다. 잔뜩 기대하면서 아무거나 빨리 해보자고 졸랐다. 이 좁은 키보드로 8명이 조작을 어떻게 할까? 다들 멀리서 손만 내밀어야겠다. 키를 여러 개 쓰면 안 되겠는걸? 머릿속으로 잔뜩 기대를 했는데, 막상 게임은 전혀 상관없는 방식이었다. 한 명씩 순서대로 게임을 진행하고 그 점수로 순위를 매기는 방식. 그렇게 여섯 종목을 모두 끝내면 최종 1등이 결정된다고 했다. 허무하긴 했지만, 그래도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에 양보하자고 생각했다.
PC의 주인인 진규형이 좋아했기 때문에 우리는 한동안 이 게임만을 해야 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제대로 여섯 종목을 끝낸 적은 없었다. 7명이 순서대로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렸고, 그 사이에 다음 과외 선생님이 도착하셨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집중하던 친구들도 날이 갈수록 자기 차례에만 집중하고 다른 사람이 하는 동안은 화면을 보지 않기 시작했다. 진규형은 짜증이 났다. 열심히 하지 않는 아이들을 한 명씩 게임에서 제외했고, 결국은 나와 진남이, 진규형까지 셋만 남았다. 이래서야 항상 하는 멤버잖아.
올림픽도 그랬다. 한국 선수가 나올 때는 그래도 볼만했는데, 이름도 모르는 나라의 선수가 나올 때는 관심이 가질 않았다. 그들도 자신의 인생 전체를 갈아 넣어 여기까지 올라왔을 텐데. 어린아이에게는 그런 것보다 당장 오늘의 메칸더 브이 결방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종목이라도 우리가 잘 아는 종목이면 볼만했을 텐데…
규남이 형에게 물은 적이 있다. 이거 제목이 왜 캘리포니아 게임이야? 캘리포니아에서 만들어서 그런 거야? 규남이 형은 명쾌한 답을 주었다. 아시아 사람들끼리 모여서 하는 올림픽을 아시안 게임이라고 하잖아? 이건 캘리포니아 사람들끼리 모여서 하는 올림픽 같은 거야. 캘리포니아에서는 이런 종목으로 올림픽을 하거든! 여기 제기차기가 있잖아. 한국 교포가 건의해서 정식 종목이 되었다는 말이 있어!
당시에는 규남이 형의 지식에 깊이 감탄했다. 나중에 그 이야기가 대충 지어낸 것임을 알게 된 이후에는 지식이 아닌 빠른 애드리브에 감탄했다. 나도 모르는 이야기가 나오면 적당히 그럴듯하게 지어내는 능력을 키워야겠다. 그거 생각보다 멋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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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즈의 30가지 메모리 -1988
캘리포니아 게임즈. PC. 에픽스.
1987년에 애플 2로 발매된 게임이며, 1988년에 MS-DOS 용이 발매되었습니다. 6가지 스포츠가 담겨 있는데요, 대부분 다른 게임에 담겨있지 않은 종목이라서 신선한 맛이 있었지요. 종목은 스케이트 보드, 제기차기, 서핑, 자전거 스턴트, 롤러스케이트, 원반 던지기였어요. 동시에 플레이는 불가능했지만, 순서대로 진행하면 최대 8인까지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게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