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데터
초등학교 시절, 특이한 게임을 하나 구했다. 게임을 켜는 순간, 우리 게임 5인방은 모두 감탄사를 내뱉었다. 타이틀 화면에 당시 아이들의 영웅인 코만도가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표지에는 실루엣만 있어서 몰랐는데, 코만도가 외계인과 싸우는 게임인가 보다 싶었다. 여기에서 말하는 코만도는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의 제목이다. 게임 자체는 무난했다. 이런 류의 게임은 많았으니까. 하지만 코만도가 외계인과 싸운다는 자체 만으로도 우리에게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에 충분했다.
게임을 즐기다 보니 더욱 엄청난 사건이 벌어졌다. 화면 안에 조그맣게 표시되던 우리의 주인공이 커다란 사이즈로 화면에 나오는 것이다. 보스 스테이지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었다. 지금 시대에 보기에는 조잡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엄청난 박력으로 다가왔다. 세상에. 이렇게 큰 캐릭터로 총을 쏠 수 있다고? 보스 스테이지 후반에는 주인공만큼 커다란 외계인이 등장한다. 그것이 프레데터였다.
우리에게는 게임 자체의 완성도나 재미보다는 상상하는 맛이 더욱 각별했다. 대체 이 괴물은 뭘까? 코만도 다음 편에 나오는 거 아니야? 그러던 어느 날, 친구 중 하나가 알려주었다. 비디오 가게에 코만도 영화가 있어. 근데 제목이 코만도가 아니야. 그럼 뭔데? 게임 제목이랑 똑같아. 프레데터. 그 말을 듣자마자 우리 5인방은 비디오 가게로 몰려갔다. 우리가 풀어야 할 큰 문제는 영화의 등급이었다. 아이들은 보면 안 된다는 주인아저씨에게 조르고 졸라서 간신히 비디오를 빌렸다. 그리고 지금 시간에 어른이 없을 북쪽 친구 집으로 몰려가서 영화를 틀었다.
코만도가 외계인과 싸운다는 상상은 거의 맞았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한 것은 상쾌하고 강력한 액션이었다. 온몸에 진흙을 바르고 긴장한 채 아슬아슬하게 싸우는 모습은 코만도 같지 않았다. 영화가 끝난 뒤에 아이들은 대부분 실망한 모습을 보였다. 차라리 람보가 왔다면 그깟 외계인 금방 무찔렀을 텐데. 그러면 영화가 너무 금방 끝나니까 코만도로 한 거겠지. 어른의 사정이나 영화 산업에 대한 이해가 없는 꼬맹이들은 자기들만의 기준으로 모든 것을 판단했다.
영화를 보고 돌아와 다시 게임을 틀었다. 바로 어제까지 하던 같은 게임인데, 다르게 느껴졌다. 게임을 하는 내내 불안하고 아슬아슬했다. 어째서 보스가 화면에서 보이지 않는 순간들이 있는지도 이해했다. 버그가 아니라 프레데터의 투명화 기술이었던 것이다. 영화에 나오지 않았던 장면들을 플레이하면서 이 게임이야말로 영화의 완전판이라는 생각을 했다. 영화를 게임으로 만들면서 담지 못한 것을 담아낸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영화를 만드는 사람과 게임을 만드는 사람은 같은 사람인 걸까? 이번에도 나만의 상상으로 판단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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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즈의 30가지 메모리 -1988
프레데터. FC. 팩인비디오.
1987년 영화인 ‘프레데터’를 기반으로 개발된 횡스크롤 액션 게임 중 하나입니다. 이전 버전은 MSX였는데요, 패미콤 판에서는 커다란 캐릭터를 조작하는 보스 스테이지가 추가되었습니다. 원작처럼 프레데터와 직접 대결을 하는 보스전이 인상적인 게임이지만, 난도가 쉽지 않아 해당 스테이지까지 가지 못하고 게임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후 프레데터는 다양한 형태의 게임으로 나왔는데, 저에게는 이 버전이 가장 자주 떠오르는 게임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