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해체 작전

버거 블라스터

by마이즈

생애 첫 햄버거는 아마 롯데리아겠지만,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웬디스였다. 말괄량이 삐삐처럼 보이는 장난기 가득한 소녀의 로고가 돋보이는 가게였는데, 좋아하게 된 계기는 이상한 가격 구조 때문이었다. 보통은 단품을 사는 것보다 세트 가격이 저렴하다. 그렇게 해야 버거만 사려던 사람들이 음료와 사이드까지 사게 되니까. 하지만 웬디스는 반대였다. 세트로 사는 것이 하나씩 따로 사는 것보다 가격이 더 높았던 것이다. 친구들과 이 부분에 대해서 나름 심도 깊은(?) 토론을 하기도 했다. 세트로 구매하면 버거 안에 다른 게 더 들어가는 것일지도 몰라. 콜라나 감자튀김이 달라지지는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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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트 메뉴가 단품 조합보다 더 비싼 이유를 알기 위해 실험을 강행했다. 여럿이 몰려가서 세트 메뉴와 단품을 섞어서 주문한 다음, 햄버거를 분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세트 메뉴에 딸려 나온 햄버거와 단품으로 구매한 햄버거를 나란히 놓고 한 겹씩 벗기며 구성품을 바닥에 순서대로 나열했다. 당연히 차이가 없었다. 아니, 미묘하게 차이가 나기는 했지만 패티가 조금 더 큰 버거가 단품이기도 했고, 세트이기도 했다. 이렇게 보니 4명이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명이 와서 비교했다면 섵부르게 편향된 분석을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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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 품에 차이가 없다는 것을 인지한 우리는 다른 것에 집중했다. 소스였다. 이제 차이가 날만한 부분은 소스의 재료 배합 말고는 없었다. 문제는 이 맛의 차이를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가였다. 나와 친구들은 해체된 버거를 앞에 두고 양 손가락으로 소스를 푹 찍었다. 왼쪽은 그냥 버거 소스, 오른쪽은 세트로 나온 버거 소스. 그리고 양 손가락을 쪽쪽 빨면서 맛 비교를 했다. 어쩐지 세트 버거의 소스가 더 맛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적당히 그렇게 결론을 내기로 했다. 세트가 오히려 더 비싼 이유는 소스가 맛있기 때문이야! 무언가 더 첨가된 것 같아! 웬디스 버거와 함께 떠오르는 추억은 그때의 끈적끈적하고 찝찝했던 손의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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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문제는 햄버거를 어떻게 먹을지였다. 소스는 모두 손가락으로 찍어 먹어 버렸고, 구성물은 해체되어 시장판처럼 쟁반 위에 펼쳐져 있었다. 누군가가 아이디어를 냈다. 다들 바닥 빵 하나씩 들어. 그리고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기는 사람부터 원하는 것을 하나씩 쌓아 가는 거야. 모두 재미있겠다며 동의했다. 가위 바위 보의 결과로 누군가는 패티를 3장이나 넣었고 누구는 아무것도 없는 빈 빵만 먹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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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웬디스 버거는 한국에서 철수했고 다양한 햄버거 매장이 생겼다. 나는 새로운 햄버거 매장을 가면 무조건 시그니처나 대표 메뉴를 주문한다. 먹어본 메뉴라면 그다음은 무조건 새로운 메뉴다. 라면 버거나 비빔밥 버거 등 특이한 메뉴를 먹다 보면 그런 상상을 하곤 한다. 뷔페처럼 안에 넣을 식재료를 골라서 만들어주는 햄버거는 왜 없는 걸까? 서브웨이처럼 조립식 샌드위치는 있는데 말이다. 게임으로는 80년대에 이미 나와있었는데, 현실에서 시도하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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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즈의 30가지 메모리 -1988

버거 블라스터. PC. COMP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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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은 개발사가 아닌 잡지사 이름으로 출시 되었는데요, 당시에는 개인이 만든 게임을 잡지사를 통해 세상에 배포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콘셉트부터 매우 독특한데, 우주를 날아다니는 식재료를 쏘아 떨어뜨려서 순서대로 받아 햄버거를 만드는 게임이에요. 대체 왜 재료가 하늘을 날아다니는지, 왜 총을 쏴서 떨어뜨리는지, 그걸 받아서 햄버거를 만드는 이유도 알 수 없지만 아무튼 한번 경험해보면 햄버거를 볼 때마다 떠오르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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