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창문 Ⅱ- 2 by 마거릿 올리펀트
그것들이 가장 잘 보이는 때는 항상 거리의 소년들이 서로 집으로 돌아가자고 소리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때로는 어느 집 문틈으로 "애들 좀 들어오라 해라!"라며 저녁 먹으러 들어오라고 재촉하는 누군가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거리의 모든 소음이 잦아들고, 마치 베일이 내려앉듯 투명한 광채가 생동감을 잃기 직전인 바로 그 순간이 내가 가장 잘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면 곧 메리 고모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씀하시곤 했다.
"우리 강아지, 램프 좀 켜게 종 좀 울려주겠니?"
고모는 '아가'라는 말을 쓰듯 나를 '우리 강아지'라고 부르셨는데, 나는 그 단어가 훨씬 더 예쁜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이었다. 손에 바카라을 든 채 아무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곧장 길 건너를 응시하며 앉아 있는데, 안쪽에서 작은 움직임이 보였다. 눈에 보이는 누군가가 나타난 건 아니었다. 하지만 공기가 술렁이고 아주 미세한 소란이 일어나는 그 느낌을 누구나 알 것이다. 무엇인지는 말할 수 없어도, 비록 아무도 보이지 않을지언정 누군가 거기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그 느낌 말이다. 어쩌면 정적 속에 잠긴 그곳에서 찰나의 깜빡임 같은 그림자가 일어난 것뿐이었을지도 모른다. 빈 방과 그 안의 가구들을 몇 시간이고 바라보다 보면, 갑자기 그런 깜빡임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그러면 무언가가 그 안으로 들어왔음을 알게 된다. 개나 고양이일 수도 있고, 가능하다면 날아다니는 새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무생물과는 단 한순간에, 완전히, 완전히 구별되는 살아있는 무언가, 혹은 누군가였다. 그 느낌이 나를 관통하는 것 같아 나는 작은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고모가 조금 움직이더니, 당신의 몸을 거의 다 가릴 만큼 커다란 신문을 내려놓으며 말씀하셨다. "무슨 일이니, 강아지야?"
나는 숨을 들이켜며 재빨리 "아무것도 아니에요."라고 대답했다. 누군가 나타나려는 바로 이 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모는 미심쩍으셨는지 일어나 내 등 뒤에 서서 무엇인지 보려 하셨고, 내 어깨에 손을 얹으셨다.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손길이었지만 나는 화를 내며 뿌리치고 싶을 정도였다. 그 순간 모든 것이 다시 정지했고, 건너편은 다시 잿빛으로 변해버려 더 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나는 거듭 말했지만, 너무나 속이 상해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고모. 제 말을 못 믿어서 직접 보러 오신 거예요? 그래서 다 망쳐버리셨잖아요!"
물론 마지막 말은 내뱉을 생각이 아니었다.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었다. 그 모든 광경이 꿈처럼 녹아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는 게 너무나 괴로웠다. 그건 결코 꿈이 아니었다. 나 자신만큼이나, 혹은 내가 여태껏 본 그 무엇만큼이나 실재하는 것이었다.
고모는 내 어깨를 가볍게 토닥여 주셨다. "강아지야," 고모가 말씀하셨다. "너 무언가를 보고 있었던 거니? 혹시 그것 말이냐? 그건 아니지?"
"그게 뭔데요?" 고모의 손을 뿌리치며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내 안의 무언가가 나를 가로막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고모는 조용히 자리로 돌아가셨다. 고모가 직접 종을 울리신 모양인지, 즉시 내 등 뒤로 부드러운 불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매일 밤 그랬듯 바깥의 저녁 빛은 어두워졌고,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내가 그 이야기를 꺼낸 건 아마 다음 날 오후였을 것이다. 고모가 당신의 섬세한 바느질 작업에 대해 하신 말씀이 계기가 되었다.
"눈앞에 안개가 낀 것 같구나." 고모가 말씀하셨다. "얘야, 네가 내 오래된 레이스 자수법을 배워야겠다. 곧 실을 뽑아낼 기운도 없어질 것 같으니 말이다."
"아, 고모 시력이 계속 유지되면 좋겠어요." 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생각지 않고 외쳤다. 그때의 나는 어렸고 아주 현실적인 아이였다. 겉으로 내뱉은 말이 그 속뜻의 절반, 아니 백분의 일도 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누군가는 자기 자신에게 불리한 말을 내뱉으면서도 속으로는 아니라고 말해 주기를 바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직 깨닫지 못했을 때였다.
"내 시력이라니!" 고모는 거의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말씀하셨다. "내 시력을 잃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내 눈은 아주 건강해. 가는 실을 뽑는 건 잘 안 보일지 몰라도, 멀리 있는 건 예전만큼이나 잘 보인단다. 너만큼이나 말이야."
"나쁜 뜻으로 드린 말씀은 아니었어요, 고모." 내가 말했다. "전 그냥 고모가 말씀하시길래…. 하지만 저 창문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시는데 어떻게 시력이 예전만큼 좋다고 하실 수 있어요? 전 저 방 안쪽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는걸요, 마치…." 내 목소리가 흔들렸다. 방금 고개를 들어 길 건너를 보았는데, 거기엔 창문 같은 건 아예 없고 그저 벽 위에 그려진 가짜 창문 이미지뿐이라고 맹세할 수 있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아!" 고모가 예리하면서도 놀란 기색이 서린 어조로 말씀하셨다. 고모는 마치 내게 다가오려는 듯 바느질감을 급히 내려놓으며 몸을 반쯤 일으키셨다. 그러다 내 얼굴의 당혹스러운 표정을 보셨는지 잠시 멈칫하며 망설이셨다. "그래, 얘야. 벌써 그만큼이나 깊이 들어간 게냐?"
고모는 대체 무슨 뜻으로 말씀하신 걸까? 당연히 나도 스코틀랜드의 오래된 관용구들을 나 자신만큼이나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때로는 약간의 무지가 안식처가 되어주기도 하는 법이다. 나는 기분이 상할 때면 언제나 못 알아들은 척 연기를 하곤 했다.
"‘그만큼이나 깊이’라니, 그게 무슨 뜻인데요?" 나는 아주 짜증스럽게 내뱉었다.
그다음에 어떤 말이 오갔을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그때 누군가 찾아왔다. 고모는 손님을 맞이하러 나가며 나를 한 번 쳐다보실 뿐이었다. 아주 부드러우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고모는 아주 미세하게 고개를 가로저으셨는데, 얼굴에는 미소를 띠고 계셨지만 눈가에는 왠지 모를 물기가 어려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내 창가 구석 자리로 물러났고, 더 이상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다.
하지만 창문 너머의 모습이 그렇게나 들쭉날쭉하다는 건 정말 감질나는 일이었다. 어떤 때는 그 방이 아주 훤히, 그리고 선명하게 보였다. 예를 들어 눈을 감았을 때 떠오르는 아버지의 서재만큼이나 명확했다. 내가 그곳을 자연스럽게 아버지의 서재와 비교하게 된 건 아까 말했듯이 글쓰기용 바카라상의 형태가 똑같았기 때문이다. 때때로 바카라상 위에 놓인 종이들이 어찌나 선명한지, 예전에 수없이 보았던 아버지의 서류들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바카라상 발치 바닥에 쌓인 작은 바카라 더미도 보였다. 정연하게 정리된 게 아니라 제각각의 각도로 아무렇게나 층층이 쌓여 있었는데, 군데군데 낡은 금박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러다가도 또 어떤 때는 아무것도, 정말이지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럴 때면 내 머리 위로 고개를 내밀고 눈을 가느다랗게 뜬 채, 창문세 때문에 창문을 없앤 거니 아니면 애초에 창문이 아니었니 하며 논쟁하던 그 노부인들보다 나을 게 하나도 없었다. 그런 무딘 순간마다 나 역시 눈살을 찌푸려 가며 그들과 다를 바 없는 시력으로 허공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짜증스러웠다.
6월이 흘러가는 동안 메리 고모를 찾아오는 노부인들은 매일같이 오갔다. 나는 7월이면 집으로 돌아가야 했기에, 그전에 이 창문의 수수께끼를 완전히 풀어버리고 싶었다. 사람마다 다르게 보일 뿐 아니라, 같은 눈으로 봐도 때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이 기묘한 창문 말이다. 물론 나는 스스로에게 이건 그저 빛의 효과일 뿐이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사실 그런 설명이 아주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내 안에 있는 어떤 우월함 덕분에 창문 너머가 그토록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라 믿는 편이 더 기분 좋았을 것이다. 그것이 단순히 젊은 눈이 노안보다 낫다는 식의 우월함일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거리의 수많은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그런 평범한 우월함만으로는 내 만족감을 채우기에 부족했다. 나는 차라리 내 시력에 선명함을 부여하는 특별한 통찰력이 내게 있다고 믿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지금 이렇게 글로 써놓고 보니 아주 오만방자한 가정처럼 들리지만, 사실 그때 가졌던 마음이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그렇게 나쁜 뜻은 아니었다.
어쨌든 그 후로도 나는 여러 번 그 방을 아주 또렷하게 보았고, 그곳이 꽤 넓은 방이라는 사실도 알아냈다. 건너편 벽에는 희미하게 금도금된 액자에 담긴 커다란 그림이 걸려 있었고, 벽에 붙은 커다란 에스크리투아르 바카라상 외에도 묵직한 가구들이 여기저기서 검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바카라상은 빛을 잘 받기 위해 창가 근처에 놓인 게 분명했다. 하나둘씩 새로운 것들이 내 눈에 들어왔고, 나중에는 다른 바카라들 사이로 삐져나와 빛을 받고 있는 커다란 바카라 한 권에 적힌 낡은 글자까지 읽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성 요한 축일, 즉 '미드서머 데이*' 무렵에 일어난 그 거대한 사건의 서막에 불과했다. 한때는 큰 축제로 여겨졌으나 이제 스코틀랜드에서는 다른 성인들의 날과 마찬가지로 아무 의미도 없어진 그날 말이다. 메리 고모가 뭐라고 하시든, 나는 그런 전통이 사라진 것이 스코틀랜드의 큰 수치이자 손실이라고 늘 생각할 것이다.
*미드서머 데이
'한여름의 날', 즉 하지(Summer Solstice). 유럽 민담에서는 미드서머 이브(하지 전날 밤)는 현실과 초자연적 세계의 경계가 가장 얇아지는 시간으로 통한다(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 같은 분위기). 이날 밤에는 요정이 나타나 사람을 홀리거나, 특정 의식을 하면 미래의 남편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전설도 있었음.
기독교에서는 이날을 '성 요한 세례일'로 기념하지만 그 뿌리는 아주 오래된 이교도(Pagan)의 태양 숭배 축제에 있어, 마을 사람들이 커다란 모닥불(Bonfire)을 피우고 춤을 추며 악귀를 쫓는 관습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소제목 '점점 더 선명해지는 창문 너머의 세계'는 원작에는 없습니다. 올리펀트는 챕터를 숫자로만 구분해 두었습니다. 온라인카지노에 연재하기 위해 임의로 소제목을 달아 놓은 것임을 참고 부탁드립니다.
◆ Illustrations by Mabon de Forêt(AI-assis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