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지어터다

byLayla Lee



몇 년 전, 나는 야심차게 개인 사업과 이사를 계획하고 있었다.

문제는 집이었다.

매매로 내놓았지만 좀처럼 팔리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이상한 곳에 오기를 부렸다.

내 몸이었다.

그렇게 출산 후 아무리 해도 빠지지 않던 마지막 8kg을 극한 다이어트로 빼버렸다.

이렇게 안먹어도 사람이 살 수 있다는걸 깨달으며.


그러나 그때를 계기로 면역력에 직격타를 맞았다.

찬기가 조금이라도 있는 음식은 이가 시려서 먹기 힘들었고,

신호등 초록불이 몇 초 남지 않아도 뛰는게 힘들었다.

지금도 몸에 오한 있는 사람처럼 집에서 양말을 신는다.

저혈압 때문에 이유 없이 어지러운 날도 많았다.



그때 처음 알았다.

살을 빼는 것과 유지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걸.




그러고 나서 어찌어찌 이사를 하고(결국 매매는 못했다.)

영어 교육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으로 내 이름을 걸고 하는 일이었다.


여기서 오는 매일의 정신적 부담을 술로 해결했다.(원래도 음료수처럼 마시긴 했다.)

더 정확히는 술과 고기 안주로 해결했다.

학생이 안 오면 스트레스를 받았고,

학생이 오면 수고했다며 고기를 먹었다.

학부모 상담이 끝나면 술을 마셨고,

한 달을 무사히 버티면 또 술을 마셨다.

불안을 달래는 방법도 술,

스스로를 칭찬하는 방법도 술이었다.

분리수거 통에 매일 하나씩 나오는 피쳐사이즈 맥주를 보며

가족들은 조심스럽게 나의 알콜 중독을 걱정했다.(의학 프로그램에서 매일 마시는 술은 중독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차마 아니라고도 못했다.)



그렇게 다시 18kg가량이 쪘다.

술과 고기를 먹는 시간만큼은 참 행복했다.

솔직히 말하면 평생 이 상태로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 날 뷔페에서 여느때처럼 가족들이 놀랠정도의 양을 해치우고 다음날이었나.

아주 심하게 체했다.(원래 왠만해서는 체하지도 않는데)

이틀 가까이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앓으며 누워 있었다. 난생처음 이명도 왔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것인가.'




결국 또 뺐다.

시작은 여전히 오기였다.

다만 이번에는 극단적인 방법 대신 꾸준히 할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이번에만 살을 빼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환갑, 고희까지 이어갈 수 있는 다이어트.


요요 없이 평생 유지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래서 운동보다 먼저 입맛을 바꿨다.


어차피 살을 다 빼도 다시 탄수화물과 한식 위주로 먹기 시작하면 원래 체중으로 돌아갈 것이 뻔했다.

채소와 단백질을 중심으로 먹고, 탄수화물은 적당히 곁들이는 식습관에 나를 적응시켰다.

신기하게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배고프면 뭐든(주로 내 자식들이 먹다 남긴 음식들) 맛있고 감사하게 먹을 수 있다.


운동도 마찬가지였다.

며칠 열심히 하고 그만두는 운동이 아니라,

힘들지 않게 평소에 할 수 있는 '걷기'와 근력운동(다음번에 하기 싫어지면 안되니까 항상 가장 낮은 키로를 친다.)을 한다.

그렇게 운동은 목표가 아니라 습관이 되었다.


이후로 이 몸으로 살려면 그냥 항상 이렇게 있어야 한다는걸 배웠다.

다이어트는 45kg을 찍는 순간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살아야 한다.

그 식습관으로, 그 생활 방식으로.

그래야 비로소 45kg인 사람으로 살 수 있다.


그래서 이 글이 다이어트 후기냐고 묻는다면

사실 이번에도 다이어트는 후킹이다.




사람들은 다들

데뷔, 합격, 계약이 성공의 정점이라고 생각한다.

그 지점을 '찍는'거라고.


근데 막상 그 문 앞까지 가보면 알게 된다.

'이게 입장권이었네?'


성공은 점이 아니라 '유지'의 상태다.

목표를 달성하는 것과,

그 상태로 살아가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것을 알았다.



생각해보니 작사도 비슷했다.

작사가는 크레딧 하나를 올리는 순간 되는 것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그 다음 날에도 쓰고,

그 다음 달에도 쓰고,

몇 년 뒤에도 계속 쓰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에 있다.


그렇게 살아야 한다.

듣고,

분석하고,

쓰고,

고치고,

또 쓰고.

그래야 비로소 작가로 살 수 있다.



결국 다이어트도,

작사도,

내가 배우고 있는 것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목표를 이루는 법이 아니라,

그 사람이 되어 살아가는 법.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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