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일기

by영롱

2026.05.28



마지막 일기가 4월 초였는데, 어느새 두 달이 흘러버렸다. 5월 28일이니, 오월을 대표하는 5월의 일기가 되어버렸네. 한번 글이 안 써지기 시작하면 그 순간으로부터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어진다. 그런 스스로를 보며 자바카라하고 낙담하지만, 그래도 시간이 흐르면 다시금 자기 자리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한동안 마음이 불안하고 편하지 않았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경제적 자유에 대한 여러 가지 동경과 부러움으로부터 자유하지 못했다. 결국 그런 불안과 부자유함이 스스로 얻을 수 있는, 이미 주어진 충분한 행복과 즐거움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게 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가족과 신앙이 있어 늘 다시 회복된다. 낙담하고 힘들어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괜찮은 것이다. 그래서 다시 조금은 쓸 힘을 얻었다.


어제는 꿈에 한 멋진 중년 여성의 대형 트럭을 얻어 타고, 그녀의 집에 갔다. 그녀는 아마도 내 친척이다. 넓디넓은 정원과 텃밭이 그녀의 집 앞을 장식하고 있다. 절반 이상에서는 꽃과 채소가 자라고, 마치 정원 같아서, 동네 사람들이 산바카라을 하며 거닐 수 있을 정도로 큰 앞마당이다. 감탄을 연발하며 그녀의 집에 들어갔다. 어디 미국 중산층의 집같이 내부가 너무 근사하고, 그녀는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팔려고 내다 놓았다면서 이런저런 물건을 보여준다. 그중 목걸이며 금붙이들은 내가 사겠다며 찜해두고는, 그녀가 키우는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그 고양이가 배가 고프다더니 이윽고 아이가 된다. 그 아기가 울자 나는 젖을 먹이겠다고 나섰으나 금세 내게 줄 젖이 없음을 깨닫고는, 난감한 채로 꿈에서 깨고 말았다. 젖을 물고 있는 그 촉감이 생생하다. 꿈은 비교적 따뜻했고, 다만 배고프다는 아이에게 젖도 없는 내가 아이를 먹이려고 했다는 사실에, 그리고 얼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하며 잠에서 깼다.


일과 육아, 그 밖에 하고 싶은 일들 앞에서 나름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아마도 그런 상황들이 반영된 꿈이 아닐까 싶다. AI에게 꿈해석을 물으니, 꿈의 의미를 신앙적으로 해석해 주고, 또 위로해 주더라. 언제부터 AI가 삶의 곳곳에서 의지가 되고 있다는 것이 좋으면서도 조금은 곤란하다. 인간의 위로가 아닌 오히려 지성이 있는 인공지능의 위로가 편안하다는 사실이 조금 불편하기도 하다.


경품으로 받은 환불 안 되는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어찌 사용할지 고민 중이다. 2013년부터 스벅 골드회원이었는데, 카드도 해지하고, 이것저것 환불하고, 아직도 해결해야 할 기프티콘 2개를 어찌 사용할지 고민 중이다. 스타벅스의 이번 논란은 나는 정말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다. 어떻게 하면 타인의 죽음과 국가폭력을 가지고 조롱하며, 그것을 마케팅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 그것이 일부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사고의 과정이었다는 사실이 너무 두렵다. 그런 문화 속에서 성장하면 그것이 문제인지를 인지할 수 조차 없게 되는 것일 텐데, 학창 시절에 그런 문화 속에서 내 아이가 성장할 것을 상상해 보면 너무 무섭고 두렵다.


짧은 육아 이야기. 아이가 최근에 유치원의 한 아이 이름을 들며 자꾸 얼굴을 민다고 이야기했다. 어쩌다 그럴 수도 있으니까 '하지 마, 불편해' 이렇게 큰 소리로 말하라고 알려줬다. 그렇게 했는데도 계속 그런다고 한 다섯 번째 말할 즈음, 어떻게 해줄까? 선생님하고 상의해 볼까? 하고 물어봤다.


평소에 아이를 깨울 때면 아침마다 이렇게 말해주는데,


"엄마 사랑, 아빠 보물, 할머니 비타민, 우리 집 보물, 누구??"


이러면 "나"하고 답한다. '나'가 누군데? 하면, '000'이라며 자기 이름을 말한다. 아이가 친구와의 불편한 일을 설명하면서, 내게 '보물한테 그러면 안 되는데...'라고 말해서 웃고 말았다. 자기는 보물이라서 그렇게 함부로 대하면 안 되는데, 그 친구가 잘못하고 있다는 설명. '맞아 맞아 그러면 안 되지, 엄마가 선생님과 상의해 볼께' 했다.


다음날 정말로 조심스럽게 전화를 드렸다. 아이의 기억이 온전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아이가 말도 잘하고 거짓말을 하지는 않아서, 아마도 뭔가 불편하게 있을 것 같다고, 한번 지켜봐 달라고 했다. 선생님도 공유해 주어서 고맙다고 하시며, 아이의 다른 일상들도 이야기해 주셨다. 서로서로 놀기도 하고 우리 아이도 다른 친구를 귀찮게 하기도 하고 그러는 것 같다.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서 또래만큼 커지면 조금 걱정이 덜할 것 같다. 잘 먹이는데도 생일이 늦어서 얼굴 하나는 작다. 유산균과 어린이 홍삼도 먹이고 있는데, 자꾸만 영양제 검색을 하게 된다.


다른 하나. 공주가 나오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왜 이 이야기에는 마녀가 없냐고 물어본다. 공주가 있으면 마녀가 있어야 한다는 클리셰를 파악한 것일까. 한편으로는 이야기의 전형성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여성과 여성이 대치하는 이야기적 구조. 아이와 이런 전형성에 대해서 좀 더 크면 이야기 나눠봐도 좋겠다. 왜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 구조를 만들었을까. 왜 이런 캐릭터들은 이렇게 행동할까 하는 것들. 전래동화 시리즈가 집에 있었는데, <선녀와 나무꾼>을 읽어주다가 너무 이야기가 지금으로 치면 범죄에 다름 아니어서 그 바카라은 읽어주지 않기로 결정하기도 했었던 게 기억이 난다. 옛날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것들이 웃어넘길 수 없게 되는 지점들이 많아진다. 아이의 질문이 너무 내게는 충격.


연재 약속을 지키지 못해, 멤버십 발행을 하기는 어렵겠다.


월, 금 연재
이전 15화2026.04.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