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업체

라벨5

by돈태

며칠 동안 태민은 다시 신제품과 할인행사 기사를 공장에서 제품 찍어내듯 썼다. 식품 회사 간담회에도 하나 다녀왔고, 대형마트가 보내온 보도자료로 온라인 기사들을 처리했다. 틈이 날 때마다 시청에 전화를 걸어 학교급식 시범사업 예산과 참여 학교 수 등을 취재했다. 혜원에게서 메시지가 온 것은 사흘 뒤 오후였다.

‘업체에서 취재 괜찮다고 하네요.’

곧이어 업체 이름과 주소가 왔다. 태민은 인터넷으로 업체 이름을 검색했다. 홈페이지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다. 지도에 업체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만 나왔다.

‘언제 가나요?’

답장은 금방 왔다.

‘금요일 오전 여덟 시요.’

태민은 수첩에 적었다. 바로 팀장한테 취재 일정을 보고 했다. 팀장은 흔쾌히 금요일 오전 일정을 빼줬다.

금요일 아침, 태민은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다. 큰길에서 골목으로 들어오자 자동차 정비소와 식자재 창고가 띄엄띄엄 나타났다. 납품업체 건물은 대형 컨테이너 구조물을 연상시켰다.

혜원은 건물 앞에 먼저 와 있었다. 검은색 패딩 조끼 대신 얇은 점퍼를 입고 서류철을 들고 있었다.

“일찍 오셨네요.”

“기자님도요.”

태민이 건물을 올려다봤다. 간판 아래에 업체 이름과 함께 ‘축산물 유통·납품’이라고 적혀 있었다.

“여기서 학교 몇 군데나 들어갑니까?”

“그건 저도 잘 몰라요. 하지만 납품 업체 가운데 그래도 학교 급식을 많이 하는 곳이에요.”

태민은 웃으며 수첩을 꺼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뭘요?”

“모른다고 하실 줄요.”

혜원이 태민을 한번 쳐다봤다.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모르니까요.”

혜원이 먼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에 들어서자 사무실 공간이 먼저 나왔다. 출입문과 바로 이어지는 공간에 가벽을 세워 만든 공간이었다. 바카라상 세 개가 한쪽 벽을 맞대고 놓여 있었고 다른 벽에는 거래명세서와 달력이 붙어 있었다. 작업장이 보이는 창문 아래 놓인 프린터 옆에는 택배 상자가 쌓여 있었다. 태민이 생각했던 정육점 같은 냄새는 나지 않았다. 대신 소독약 냄새가 희미하게 났다.

사무실 안쪽으로는 문 대신 투명 비닐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다.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두꺼운 비닐 조각들이 벌어졌다가 다시 맞붙었다. 그 너머로 스테인리스 작업대와 흰색 플라스틱 상자들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직원이 두 사람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혜원과는 구면인지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태민은 벽에 붙은 종이들을 보았다. 학교 이름들이 세로로 적혀 있었고 옆으로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그리고 부위와 중량 등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같은 돼지고기라도 앞다리, 뒷다리, 등심 등으로 나뉘어 적혀 있었다.

비닐 커튼이 열리면서 작업복을 입은 직원 하나가 상자를 밀고 나왔다. 상자 옆면에 흰 종이가 붙어 있었다. 태민은 무심코 글씨를 읽었다. 학교 이름과 품목, 중량, 납품 날짜가 적혀 있었다. 직원이 상자를 저울에 올렸다. 숫자가 멈추자 종이에 무언가를 적고 다시 상자를 옮겼다.

비닐 커튼 너머에서 대형 냉동 창고 문이 열렸다. 잠깐 사이 차가운 공기가 사무실까지 밀려왔다. 철제 선반마다 진공포장된 고기들이 플라스틱 상자에 담겨 있었다. 포장지 위에는 작은 스티커들이 붙어 있었다. 혜원이 조금 전 인사를 나눈 직원에게 물었다.

“오늘 동물복지 제품도 나가요?”

“네. 세 군데요.”

“돼지고기요?”

“두 군데는 돼지고기고 한 군데는 달걀이요.”

직원은 말을 마치자마자 울리는 전화기를 받았다.

“네, ○○축산입니다.”

태민은 사무실 창문으로 작업장을 훑어봤다. 냉동 창고 주변에는 출고를 대기하는 듯한 상자들이 대형 구르마 위에 쌓여 있었다. 상자 옆부분에는 작은 글씨와 숫자로 채워진 라벨이 붙어 있었고, 그중 몇 개에서 동물복지 인증 표시가 눈에 들어왔다. 그때 비닐 커튼이 벌려지면서 걸걸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유 선생 왔어?”

“네. 기자님도 같이 오셨어요.”

“아, 맞다. 오늘이었지.”

사무실로 들어온 남자는 흰색 작업복 위에 방수 앞치마를 두르고 머리에는 위생모를 쓰고 있었다. 오십 대 중반쯤으로 보였다. 체격은 크지 않았지만 목과 어깨가 단단해 보였고, 걷는 동안에도 눈은 바쁘게 사무실 안을 훑었다. 남자는 위생모를 벗으며 혜원에게 다가왔다.

“오랜만이네. 잘 지내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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