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4
김지영과 함께 다시 밖으로 나온 혜원은 납품업체 직원에게 반품한다고 말했다. 김지영이 옆에서 발주서와 납품표를 다시 맞춰봤다. 업체 직원은 몇 군데 전화를 걸었다. 한참 뒤 통화를 끝내고 말했다.
“다시 확인했는데, 저희 쪽 발주에는 일반 제품으로 넘어왔어요.”
“학교에서는 인증 제품으로 신청했어요.”
김지영이 말했다.
“네. 착오가 있었던 거 같습니다. 저희도 다시 확인해 보겠습니다.”
“네. 혹시 오늘 교환은 가능할까요?”
남자가 고개를 저었다.
“이 시간에는 어렵습니다.”
김지영은 입술을 한번 깨물었다.
“그럼 가져가세요.”
남자가 상자를 닫았다. 혜원은 서류철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납품표에 적힌 업체명과 제품명을 옮겨 적고 휴대전화로 포장지의 라벨을 찍었다. 옆에 있던 태민이 물었다.
“그건 보고용입니까?”
“네. 시청이요. 시범사업 모니터링단이라서요.”
“시청 직원은 아닌 거죠?”
“네. 시민위원이에요. 저희 같은 단체 사람도 있고 학부모도 있어요.”
“반품하라고 할 권한도 있나요?”
혜원이 태민을 잠시 바라봤다.
“아니요.”
혜원이 서류철을 닫았다.
“저는 보고 확인하는 사람이고, 받을지 말지는 학교에서 결정해요.”
태민은 그 말을 수첩에 적었다. 트럭의 뒷문이 닫혔다. 조금 전 열었던 상자가 다시 실렸다. 운전석 문이 닫히고 시동이 걸렸다. 김지영은 휴대전화를 귀에 댄 채 급식실로 들어갔다.
“네, 계란이요. 오늘 오전에 추가로 받을 수 있을까요?”
트럭이 운동장을 빠져나갔다. 혜원이 시계를 봤다.
“기자님, 이제 얘기하실까요?”
“네.”
“여기는 정신없으니까 나가서 하시죠.”
두 사람은 급식실을 나와 운동장을 걸었다. 급식실에서 멀어지자 음식 냄새도 조금씩 옅어졌다. 태민이 수첩을 넘겼다.
“아까 뭘 보신 겁니까?”
“뭐요?”
“고기요. 처음에 영양사한테 여기 보라고 하셨잖아요.”
“아.”
혜원이 휴대전화를 꺼냈다. 조금 전 찍은 사진을 찾아 태민에게 보여줬다. 포장지의 라벨이었다. 혜원이 화면을 확대했다.
“여기요.”
태민이 화면을 들여다봤다.
“원산지 말고요.”
혜원의 손가락이 화면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그 밑에요.”
태민이 화면에 가까이 다가갔다. 작은 글자와 숫자 사이들만 보였다.
"여기에 원래 네모난 표시로 동물복지 인증이 있어야 해요."
"아..."
혜원은 사진을 넘겨 다른 인증 표시가 있는 다른 라벨 사진을 보여줬다.
“오늘 온 것에는 이게 없어요.”
“그렇군요.”
태민은 수첩에 적었다.
“그런데 어떻게 바로 아셨어요?”
“뭘요?”
“상자 열자마자 보시던데.”
혜원이 웃었다.
“이것만 보고 다니니까요.”
“매번 저걸 확인합니까?”
“그게 제 일이니까요.”
학교 정문 쪽으로 아이들 몇 명이 뛰어갔다. 운동화를 끄는 소리가 운동장에 길게 퍼졌다. 혜원이 아이들을 피해 옆으로 비켜섰다.
“기자님도 매일 기사 보시잖아요.”
“그렇죠.”
“저는 이걸 보는 거고.”
태민이 휴대전화를 돌려줬다.
“그런데 인증만 있으면 되는 겁니까?”
혜원이 태민을 한번 봤다.
“기자님답네요.”
“뭐가요?”
“바로 의심하잖아요.”
“그게 일이니까요.”
혜원이 실룩 웃었다.
“그렇죠.”
두 사람은 다시 걸었다.
“인증받으면 좋은 고기라고 제가 보증할 수는 없죠. 기준은 통과했다는 뜻이니까.”
“그 기준은 누가 정합니까?”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인증하고요. 축종마다 기준이 달라요. 사육환경이나 밀도 같은 것도 보고.”
태민은 걸음을 조금 늦추며 받아 적었다.
“가격은요?”
혜원이 고개를 돌렸다.
“역시 그걸 물어보시네요.”
“비싸니까 시범사업 하는 거 같아서."
“맞아요. 대체로 더 비싸요.”
“얼마나요?”
“그건 품목마다 달라요. 제가 숫자 함부로 얘기하면 기자님은 그대로 쓰실 거잖아요.”
태민이 웃었다.
“확인하고 쓰죠.”
“기자님들은 다 그렇게 말하던데.”
“기자 많이 만나보셨어요?”
“기자회견 하면 오시잖아요.”
“잘 써줍니까?”
혜원이 잠깐 생각했다.
“사진은 잘 나와요.”
태민이 웃었다. 너무 크게 웃었나 하는데 옆에서 혜원도 웃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