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라벨3

by돈태

태민은 약속시간보다 십 분 일찍 학교에 도착했다. 오래된 초등학교였다. 운동장 한쪽에 축구 골대가 있었고 그 뒤로 나무 몇 그루가 담장을 따라 서 있었다.

경비실에서 방문자 명단에 이름을 적었다. 급식실이 어디냐고 물으니 경비원이 운동장 반대편을 가리켰다.

“저쪽 끝까지 가면 냄새날 겁니다.”

정말 냄새가 났다. 건물 모퉁이를 돌자 참기름 냄새와 국 끓이는 냄새가 섞여 왔다. 급식실 뒤편에 작은 화물차 한 대가 서 있었다. 뒷문은 열려 있었고 상자들이 바닥에 내려져 있었다. 태민은 휴대전화를 꺼내 혜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기자님.”

“저 도착했습니다.”

“어디세요?”

“급식실 뒤쪽 같은데요. 트럭도 있고.”

“아, 거기 계세요. 금방 갈게요.”

태민은 트럭 옆으로 비켜섰다. 흰색 스티로폼 상자와 초록색 플라스틱 상자가 바닥에 쌓여 있었다. 상자 옆면에 학교 이름과 납품업체 이름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사람들이 급식실과 트럭 사이를 오갔다. 고무장갑을 낀 남자가 상자를 들고 들어갔다. 조리복을 입은 여자가 나와 상자 수를 세었다. 태민은 휴대전화를 봤다. 열 시 삼 분이었다.

급식실 안쪽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선생님, 이것 좀 보실래요?”

태민이 고개를 들었다. 조금 뒤 두 여자가 급식실 문밖으로 나왔다. 한 사람은 흰색 위생복을 입고 있었고 다른 사람은 머리를 뒤로 묶고 회색 후드티 위에 검은색 패딩 조끼를 입고 있었다. 패딩 조끼를 입은 여자가 한 손에 서류철을 들고 있었다. 두 사람은 트럭 앞에 쌓인 상자를 살폈다. 패딩 조끼를 입은 여자가 상자 하나를 가리켰다.

“이거 맞아요?”

위생복을 입은 여자가 납품표와 상자를 번갈아 봤다.

“맞는데요.”

“안에 한번 볼 수 있어요?”

위생복을 입은 여자가 납품업체 직원을 불렀다.

“기사님, 이것 좀 열어주세요.”

남자가 다가와 상자를 열었다. 진공 포장된 고기가 들어 있었다. 패딩 조끼를 입은 여자가 포장 하나를 들어 라벨을 봤다. 한동안 말이 없었다.

“선생님.”

여자가 라벨 한쪽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여기요.”

위생복을 입은 여자가 허리를 숙였다.

“원산지요?”

“그 밑에요. 동물복지 인증 표시가 없어요.”

위생복을 입은 여자가 납품표를 다시 확인했다. 납품표의 품목명 옆에는 '동물복지 인증'이라고 적혀 있었다.

“기사님, 이거 저희가 주문한 거 아닌 것 같은데요.”

납품업체 직원이 다가왔다.

“맞는데요. 발주서대로 가져왔습니다.”

“지난달부터 이 기준으로 받기로 했잖아요.”

남자가 서류철을 받아 들었다.

“저희한테 넘어온 발주는 이걸로 돼 있습니다. 조금 전까지 확인했는데."

남자가 휴대전화를 꺼냈다. 화면을 몇 번 넘기더니 내밀었다. 휴대전화에 뜬 발주서에는 일반 돼지고기로 표시돼 있었다. 패딩 조끼를 입은 여자가 옆에서 화면을 들여다봤다.

“이거 지난주 발주서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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