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급식

라벨2

by돈태

다음 날 오후 김성재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이 기자님, 혹시 이런 자료 관심 있어요?’

엑셀 파일 하나가 붙어 있었다. 태민은 파일을 열었다. 최근 5년간 대형 유통업체 자체브랜드 식품의 납품단가와 소비자가격 관련 국정감사 요구자료였다. 처음에는 별것 없어 보였다. 숫자만 길게 늘어서 있었다. 태민은 한숨을 쉬며 다시 화면을 내려봤다.

식용유.

우유.

즉석밥.

김치.

라면.

냉동만두.

가격.

납품가.

판매가.

마진.

맨 밑에서 다시 올라갔다. 숫자 하나가 눈에 거슬렸다.

김치였다.

납품단가는 거의 오르지 않았는데 판매가격은 꽤 올랐다. 다른 품목도 확인했다. 비슷한 것들이 보였다. 태민은 엑셀을 새로 만들었다. 숫자를 옮겼다. 계산기를 두드렸다. 숫자들을 보기 좋게 정리한 후 관련 품목을 취급하는 출입처에 전화를 걸었다.

“가격 차이가 왜 이렇게 납니까?”

홍보팀 직원이 말했다.

“단순 납품가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물류비와 인건비, 판촉비가 포함됩니다.”

“구체적인 자료 주실 수 있을까요?”

“확인해 보겠습니다.”

인터넷을 뒤져 납품업체를 찾아 연락했다. 처음 받은 사람은 전화를 끊었다. 다른 납품업체 대표는 말을 아꼈다. 또 다른 납품업체 대표는 물었다.

“제 이름 나갑니까?”

태민은 허리를 세웠다.

“원치 않으시면 익명 처리하겠습니다.”

잠깐 침묵이 있었다.

“마트에서 납품가 깎는 건 다 아는 얘기예요.”

태민이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다음 날 오전, 태민은 전날 취재내용을 발제했다.

‘(단독)착한 가격 자체브랜드, 속은 납품단가 후려치기'

바로 팀장한테 전화가 왔다.

“납품단가가 안 올랐다고 후려친 건 아니잖아.”

“판매가는 꽤 올랐습니다. 납품업체에서도 단가 압박이 있다고 하고요.”

“그건 더 확인해야지. 일단 숫자로 확인되는 것부터 쓰자. 수고했다.”

기사는 데스킹을 거치며 '야당 의원실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이라는 문장이 추가됐고, 태민이 써놓은 분석과 주장 비슷한 문장들은 깨끗이 삭제됐다. 대신 자료에 나온 수치와 팩트들이 기사를 빽빽이 채웠다. 제목 앞에 '단독'은 그대로 붙어 있었고, '후려치기'라는 단어는 빠졌다. 기사는 짧아졌지만 단단해 보였다. 곧 부장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돈태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바카라방 반수영

60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6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30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1화보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