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8 지옥을 탈출한 여자
“가정폭력을 어떻게 피해야 하나요?”
내 인생의 첫 바카라인 ‘지옥에서 탈출한 여자’ 출간을 앞두고. 출판사 편집자를 만났다. 글을 쓴 계기가 가스라이팅을 당하며 고통받고 있는 누군가에게. 멀리서나마 도움을 주고 싶어서. 지금 이 순간도 가정폭력으로 죽어가는 어떤 이를 살리고 싶어서였다.
사실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일은. 가정폭력범을 떠나는 것이었다. 옥상에서 뛰어내릴 때도. 난 둘 중 하나였다. 죽거나 살거나. 그제야 내가 당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 뚜렷하게 보였다. 지옥 속에 살 때는 몰랐는데. 전조증상은 항상 있었다.
‘분노조절장애’라는 개념을 제대로 몰랐을 때는. 단지 그 사람의 성향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공격적인 성향. 그 성향이 나를 죽일 수도 있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가장 공통적인 특징은 ‘술’이었다. 술을 먹고 어떻게 변하느냐. 술에 얼마나 중독되어 있느냐.
“일단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특징을 알아야 하는데요. 가장 공통적인 특성이 술 먹고 변했던 것 같아요. 술만 먹으면 욕을 하거나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취하면 억제력이 더 약해지면서 감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던 것 같아요.”
보통 술 먹고 감정을 폭발적으로 드러내고. 다음날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거나. 취해서 실수했다는 식으로. 상황을 넘기려고 했다. 근본적인 해결바카라은 찾지 않은 채. 계속 어떻게든 덮으려고만 했다. 그러면서도 술에 의존하고. 자주 마셨다.
사실 돌이켜보면. 그게 본성이었다. 술이 사람을 망가뜨리는 게 아니라 그냥 본성이 그런 사람이라는 걸 술이 알려준 것뿐이었다. 인생에 함부로 누군가를 들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고 나서야 알았다.
“술로 문제가 있는 사람을 만났을 때 바로 거리를 둬야 한다는 거죠?”
머리로는 당장 이별해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쉽지 않았다. 술 안 마실 때는 괜찮으니까. 본성이 나쁜 사람은 아닐 거야. 결핍이 있어서 그럴 거야. 라고 계속 합리화했다. 사실 술 문제로 관계를 무 자르듯이 정리하는 게.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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