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평범한 하루를 지키는 사람으로
그 시간의 처음에는
방향이라는 말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다.
남편의 퇴사 이후,
우리 가족의 시간은
잠시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의 나는
먼 미래를 그리기보다
오늘 하루를 무너지지 않고 지나가는 일이 먼저였다.
아이들을 챙기고,
밥을 차리고,
집 안의 공기를 살피고,
남편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내 불안을 아이들에게 넘기지 않으려 애쓰는 일.
그것만으로도
하루는 충분히 무거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하루들을 지나며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것이 있었다.
내가 무엇을 지키고 싶어 하는 사람인지.
내가 어떤 방향으로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인지.
삶이 흔들린 시간은
나를 멈추게만 한 것이 아니었다.
그 시간은
내가 진짜 지키고 싶은 것들이 무엇인지
조용히 알려주고 있었다.
처음부터
내 삶의 방향을 다시 찾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그때의 나는
그저 버티고 있었다.
아이들 앞에서는
가능한 한 평소처럼 웃고 싶었고,
남편에게는
불안을 그대로 던지지 않고 싶었고,
집 안의 온도는
너무 차갑게 식지 않도록
붙잡고 싶었다.
매일 잘 해낸 것은 아니었다.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자주 무너졌고,
아이를 보내고 난 뒤
혼자 마음이 무거워진 날도 있었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루를 보내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긴장하고 있었는지
뒤늦게 알게 되는 날도 있었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대단한 목표를 세우지 못했다.
다만 오늘을 살았다.
오늘 아이들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것.
오늘 식탁을 다시 차리는 것.
오늘 내 마음을 글로 붙잡아보는 것.
그렇게 작은 하루를
하나씩 지나왔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내 방향은 아주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돌아보면
나는 계속 무언가를 지키고 있었다.
아이들의 평범한 하루를 지키고 싶었다.
엄마 아빠의 현실이 흔들려도
아이들이 너무 빨리 불안해지지 않기를 바랐다.
학교와 유치원에서 돌아왔을 때,
집이 여전히 따뜻한 곳이기를 바랐다.
저녁 식탁 앞에서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할 수 있고,
잠들기 전
바카라 한 권을 읽으며
하루를 내려놓을 수 있는 집.
그런 집을 지키고 싶었다.
남편과의 관계도 지키고 싶었다.
재촉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와도
정답을 빨리 내라고 다그치기보다,
서로의 속도를 기다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나 자신도
잃고 싶지 않았다.
엄마로 살고,
아내로 버티고,
가족을 챙기는 동안에도
한 사람으로서의 나를
완전히 접어두고 싶지는 않았다.
그 모든 것이
내가 지키고 싶었던 것들이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그저 하루를 버티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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