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평범한 하루를 지키는 사람으로
집은 이상하게도
마음의 온도를 가장 먼저 드러내는 곳이었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공기가 있었다.
엄마의 표정,
아빠의 침묵,
아이들의 눈치,
식탁 위에 오가는 말들.
그 모든 것이 모여
집 안의 분위기가 되었다.
남편의 퇴사 이후,
우리 집의 공기도 조금 달라졌다.
겉으로는 평소와 다르지 않게 지내려 했지만,
내 마음속에는 늘 보이지 않는 불안이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괜찮아질 수 있을까.
우리 가족은 잘 버틸 수 있을까.
그 질문들은
하루 종일 마음 안에서 맴돌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더 지키고 싶은 것이 있었다.
아이들이 돌아오는 집만큼은
불안한 곳이 아니라
따뜻한 곳으로 남겨주고 싶었다.
남편이 퇴사한 뒤,
집 안의 리듬이 달라졌다.
평일 낮에는
당연히 회사에 있어야 할 사람이
집에 있었다.
처음에는 그 시간이 낯설었다.
아이들이 학교와 유치원에 가고 나면
집 안은 조용해졌지만,
그 고요 속에는
말로 다 하지 못한 마음들이 함께 있었다.
서로 괜찮은 척했지만
괜찮지만은 않았던 시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의 불안을
조금씩 느끼고 있었다.
그때 나는 자주 생각했다.
이 공기가
아이들에게 너무 무겁게 전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어른들의 불안이
아이들의 하루까지 흔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아이들에게는
아빠가 중국 관련 일을 하게 되어
집에서 일한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남편은
중국 거래처와 연락하는 일이 많아졌고,
이것저것 알아보며
새로운 방향을 찾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
그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아이들이 아빠가 집에 있는 시간을
불안으로 기억하지 않기를 바랐다.
엄마 아빠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보다,
아빠가 새로운 일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도로
받아들여주기를 바랐다.
그건 거짓말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아이들의 하루를 지켜주고 싶은
우리 부부의 작은 선택이었다.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하루 중 내가 가장 신경 쓰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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