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평범한 하루를 지키는 사람으로
마음이 불안한 날에는
말이 먼저 날카로워질 때가 있었다.
평소라면 그냥 넘겼을 일에도
괜히 예민해지고,
조금만 늦어도
조금만 어질러져 있어도
말끝에 힘이 들어갔다.
남편의 퇴사 이후,
내 마음속에는 늘 보이지 않는 불안이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괜찮아질 수 있을까.
우리 가족은 잘 버틸 수 있을까.
그 질문들은
하루 종일 내 마음 안에서 맴돌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불안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가장 쉽게 새어 나갔다.
아이에게,
남편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그때 나는 알게 되었다.
불안한 현실을
당장 바꿀 수는 없었지만,
그 현실 속에서
내가 건네는 말의 온도는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어려운 시간을 지나고 있을 때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살아보니
마음 다음으로 흔들리는 것은
말이었다.
괜찮지 않은 마음은
괜찮지 않은 말이 되어
툭 하고 나올 때가 있었다.
“빨리 해.”
“왜 또 그래.”
“지금 그럴 때가 아니잖아.”
아이에게 하는 말인 줄 알았지만,
사실은 내 불안이
아이에게 향하고 있었던 날도 있었다.
남편에게 묻고 싶은 말도 많았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언제쯤 정해질까?”
“괜찮은 거 맞아?”
하지만 그 말들을 그대로 꺼내면
남편의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 것 같았다.
그래서 어떤 날은
말을 삼켰다.
삼킨 말이 마음에 남아
나를 더 답답하게 만들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조금 더 따뜻한 말을
고르고 싶었다.
아이들은
부모의 불안을 생각보다 빨리 느낀다.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집 안의 공기를 알고,
엄마의 표정과 말투에서
무언가 달라졌다는 걸
조용히 알아차린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 앞에서는
가능한 한 평소의 말을 지키고 싶었다.
“잘 다녀와.”
“오늘도 재밌게 보내.”
“괜찮아, 천천히 해도 돼.”
“엄마가 기다리고 있을게.”
아주 평범한 말들이었다.
하지만 그 시기의 나에게
그 말들은
그저 습관처럼 건네는 인사가 아니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