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평범한 하루를 지키는 사람으로
아이의 속도를 믿어주는 일이 사랑이라는 걸
조금씩 배워가던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게만
자기만의 속도가 있는 건 아니었다.
남편에게도,
나에게도,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도
우리만의 속도가 있었다.
그걸 알기까지
나는 꽤 오래 흔들렸다.
남편의 퇴사 이후,
우리 가족의 시간은
잠시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세상은 여전히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누군가는 안정적인 온라인 게임을 다니고,
누군가는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고,
누군가는 아이 교육의 다음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모습을 보면
마음 한쪽이 조용히 흔들렸다.
우리만 멈춰 있는 건 아닐까.
우리만 늦어지는 건 아닐까.
이러다 뒤처지는 건 아닐까.
비교하고 싶지 않았지만,
비교는 예고 없이 찾아왔다.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자꾸만 확인하고 있었다.
우리는 지금
잘 가고 있는 걸까.
처음에는
남편의 다음 선택이
빨리 정해지기를 바랐던 것 같다.
언제 다시 일할 수 있을지,
어떤 방향으로 가게 될지,
앞으로 우리 가족은 어떻게 살아가게 될지.
나는 묻지 않으려 애썼지만
마음속으로는
수없이 묻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되었다.
남편은 멈춰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었지만,
그 안에서는 분명
다음 길을 찾고 있었다.
자격증 공부를 하고,
중국과 관련된 일을 다시 살피고,
앞으로 자신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오래 생각하고 있었다.
그 시간은
결과가 바로 보이지 않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더 불안했고,
그래서 더 느리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사람이 자기 길을 다시 찾는 데에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남편은 늦은 것이 아니라,
자기 속도로
다음 길을 찾아가고 있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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