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이도 ★★★★★
주말이 지나 또다시 월요일이 돌아왔습니다. 내키지 않았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 남은 실습은 마무리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원래 아침 9시 반에 시작하지만 오늘은 이 씨가 뜬금없이 모닝커피를 함께 하자고 해서, 아침 8시에 근처 모모스 커피에서 보기로 했습니다. 월요일 아침 붐비는 이 시간 창밖을 내려다보며 알 수 없는 여유와 승리감을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씨는 아침부터 어딜 다녀온 듯 헐레벌떡 카페에 도착했고 함께 커피를 마시다가 영생교육원으로 갔습니다. 정문을 지나 주차장으로 지나는데 촌스러운 파란색 SUV 운전석에 앉아 있는 배 씨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센터에 일찍 도착했으면서도 재료 준비가 싫은 것인지 올라오지도 않고 차에서 놀고 있는 뻔뻔함에 지난주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9시 반이 되자 배 씨는 실습실로 올라왔습니다. 지난주와 다르게 표정이 굳어 있었고 정신이 반쯤 나간 사람처럼 갱년기인지 아침부터 수강생들에게 화풀이를 했습니다.
"9시 30분 시작이면 당번이 미리 와서 재료를 계량해서 소분해 놓고 있어야지, 어떻게 내가 올 때까지 아무것도 안 하고 빈둥빈둥 놀고 있어요? 재료 준비가 하나도 안 되었는데 어려운 마카롱을 어떻게 완성해서 가져갈 수 있겠어요! 오늘 당번인 조 어디예요?"
배 씨는 허구한 날 남의 탓을 하며 습관처럼 호통을 치며 칠판에 레시피랍시고 몇 줄 적더니, 하얀 가루들을 저울에 담아 조별로 배급하였습니다. 아주머니들은 각양각색의 앞치마를 두르고 냉장고에서 버터와 계란을 꺼내 와서 아일랜드에 펼쳐 놓았습니다. 어느 아주머니는 고깃집에서 앞치마를 그냥 두르고 온 것인지 소주 로고가 크게 인쇄되어 있었고, 다른 아주머니는 얼마 전 명절 선물을 받은 굴비 세트를 포장한 금빛 보자기를 두르고 있었습니다. 평생 살면서 이런 오합지졸은 생전 본 적이 없었습니다.
3월인데 실습실의 공기는 서늘하고 적막했습니다. 마카롱은 미세한 습도와 온도에도 무너질 수 있기에, 나는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웠습니다. 작업은 마카롱의 껍질, '꼬끄(Coque)'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흰자만 따로 분리해 둔 달걀을 휘핑합니다. 흰자의 단백질을 부드럽게 풀어서 볼에 담아 휘핑기를 가장 높은 단계로 올립니다. 여기저기 묵직한 전동 기계음과 함께 투명했던 흰자가 뽀얀 거품을 일으키며 부풀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설탕을 세 번에 나누어 넣어 단단한 단백질을 쌓아 올립니다. 휘핑기를 들어 올렸을 때, 윤기 나는 머랭(meringue)이 뾰족하게 곧게 서 있으면 완성입니다. 부드러운 머랭에 고운 체에 두 번 내려둔 아몬드 가루와 슈가파우더를 머랭 위에 눈처럼 뿌렸습니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승부처인 '마카로나주(macaronage)' 단계입니다. 주걱을 들어 스테인리스 볼의 벽면을 따라 크게 원을 그리며 반죽을 문질러 펴 바릅니다. 머랭 속 공기 방울을 빼내 반죽의 농도를 맞추는 작업입니다. 주걱을 위로 들어 올리자, 반죽이 끊어지지 않고 접히면서 떨어집니다. 천천히 용암처럼 흘러내리며 자국이 3초 뒤 부드럽게 펼쳐지는 순간, 멈춥니다. 1초만 길어져도 반죽은 퍼져 버리고, 부족하면 거칠어집니다. 오직 감각으로만 찾아내야 하는 농도였습니다. 짤주머니에 반죽을 담고 테플론 시트 위에 일정하게 원을 그립니다. 짤주머니 끝을 뗄 때마다 동그란 반죽이 자리 잡습니다. 나는 이미 원데이 클래스로 몇 차례 마카롱을 만들어 본 적이 있기에 동그라미 위에 곰돌이 귀도 붙여 가면서 여러 모양으로 꼬끄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기다리면 됩니다. 반죽에 손가락 끝을 살짝 대 보았을 때, 반죽이 묻어나지 않는 코팅막이 형성될 때까지 기다립니다. 이 막이 없으면, 오븐에서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마카롱의 표면이 터져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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