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인 듯, 허구인 듯
모니터 앞에 앉아 반짝이는 커서를 노려본다. 화면 상단에는 ‘자전적 단편소설’이라는 다섯 글자가 적혀 있다. 방 안의 어둠을 가르고 퍼지는 푸르스름한 빛이 내 얼굴을 차갑게 비춘다. 한참 동안 키보드 위에 손을 얹은 채 멍하니 박자를 맞추었다.
내 이야기를 쓰되 약간의 허구를 섞는 일. 타인의 얼굴을 빌려 진짜 속마음을 슬그머니 고백하는 일.
커서는 내 속도와 상관없이 무심하게 깜빡인다. 마치 “오늘도 고민만 하다 잘 거지?” 하고 조용히 타박하는 것 같다. 미지근하게 식은 찻잔을 들었다 놓으며 마우스를 딸깍거렸다. 화면 위의 글자들은 단정하지만, 내 속은 잡동사니가 쏟아진 다락방처럼 어지럽다.
왜 하필 이 계륵 같은 장르가 쓰고 싶어졌을까.
에세이도 아니고 순수 창작 소설도 아닌 애매한 지대. 순도 100%의 사실만 적기엔 민망하고, 완벽한 거짓말을 짓기엔 내 안의 어설픈 이야기가 밖으로 튀어나오려 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에세이를 쓸 땐 늘 마음 한구석이 뻐근하게 찔렸다. 내 이름과 얼굴을 걸고 글을 쓸 때, 나를 지나치게 정직하게 내보여야 한다는 중력이 나를 무겁게 끌어내렸다. 조금이라도 포장하면 거짓말 같고, 전부 털어놓자니 길거리에 알몸으로 서 있는 기분이었다.
‘이건 너무 내 속살을 다 드러내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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