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팔 티셔츠를 세탁하는 날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 서 있다는 감각이 유난히 선명하게 다가왔다. 대낮은 아직 조금 더울 때가 있다. 여름이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고, 가을이 뚜렷하게 시작된 것도 아닌, 그 어중간한 경계에 발이 걸쳐 있는 기분. 그래도 창밖으로 들어오는 공기에서 이미 여름의 끈적임은 빠져 있고, 대신 얇고 건조한 기운이 살갗을 스친다. 그 미묘한 변화가 오늘도 아침부터 마음을 가만히 건드렸다.
지난 여름을 떠올리면, 머릿속이 내내 멍했던 기억이 먼저 다가온다. 더위 속에서 생각이 제대로 모이지 않았고, 감정이 흐릿하게 번진 채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좋아하던 글도 자주 쓰지 못했다. 쓰고 싶은 마음은 분명히 있었는데, 그 마음을 문장으로 옮기는 힘이 부족했다. 노트북을 열어놓고도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결국 덮어버리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여름의 뜨거움이 모든 것을 느슨하게 풀어놓는 바람에, 정작 중요한 감정들조차 제대로 붙잡지 못한 채 흘려보낸 시간이 많았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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