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오래된 교집합

학생식당의 모밀 두 그릇

by민들레C

아침부터 사무실이 아닌 대학으로 출근했다.


회사에서 요즘 중요하게 들여다보는 주제를 다루는 국제 포럼이 열리는 날이었다. 대학 건물 안에 마련된 행사장은 이른 시간부터 분주했다. 해외에서 온 연사들의 이름이 화면에 올라가 있었고, 통역 장비와 발표 자료를 확인하는 사람들이 객석 사이를 오갔다. 무대 위에서는 마지막 리허설이 이어졌고, 아직 사람들이 다 들어오지 않은 강연장에는 국제행사 특유의 정돈된 긴장이 조금 떠 있었다.


나는 행사와 관련한 여러 사람 사이를 오가며 필요한 것을 확인하다가 휴대전화를 들었다.


“형, 어디쯤 오고 계세요?”


곧 답이 왔다.

“다 왔어.”


잠시 뒤 익숙한 얼굴 하나가 강연장 쪽으로 걸어왔다.

입사 초기에 알게 된 선배였다. 형이라고 부를 만큼 편했지만 그렇다고 일상을 자주 나누는 사이는 아니었다. 신입의 티를 채 벗지 못했던 시절, 서로 다른 방식으로 회사에 자리를 잡아가면서 이런저런 업무의 연결고리 속에서 자주 마주쳤다. 성격도 일하는 방식도 꽤 달랐지만 서로를 착실하게 자기 몫을 하는 사람 정도로는 오래 인정하며 지냈다.


가끔 다른 사람을 통해 소식을 들었다.


어느 자리로 옮겼다더라, 요즘 이런 일을 한다더라, 잘하고 있다더라.

직접 만나지 않는 동안에도 그렇게 안부가 조금씩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우연찮게 해외에서 진행된 경력개발 프로그램에도 함께 참가한 적이 있었다. 낯선 곳에서 며칠을 같이 보내다 보면 사무실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모습도 알게 된다. 그렇다고 그 일을 계기로 급격히 가까워진 것은 아니었다. 다시 돌아오면 각자의 자리였고, 그렇게 또 몇 년이 갔다.


그날은 오랜만에 같은 일정표 안에 들어와 있었다.


나는 행사 전체의 앞뒤를 살펴야 했고, 형은 자기 쪽에서 맞닿아 있는 일을 들여다보기 위해 참석했다. 서로 하는 일은 달라졌지만,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일은 아니었다.

나란히 앉아 첫 발표를 기다렸다.


어려운 주제를 세계 여러 곳에서 온 사람들이 어떻게 풀어낼지 조금 기대하고 있었다. 막상 시작되고 보니 내용만큼 흥미로운 것이 사람들이었다. 같은 주제를 들고 나왔는데도 발표하는 방식은 제각각이었다. 자료를 촘촘하게 만들어 온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몇 개의 키워드만 띄워놓고 청중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자신감 있게 무대를 누비는 사람이 있었고, 준비한 문장을 거의 그대로 읽는 사람도 있었다.

국적도, 말의 리듬도, 조직을 대표하는 방식도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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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 회사를 대표하고 자기 분야에서는 무언가를 이끌며 살아가는구나 싶었다.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여러 방식으로 굴러가고 있었다.

처음 몇 개의 발표는 기대만큼 마음을 붙잡지는 못했다. 내용이 어려워서라기보다 한참 듣다 보니 집중이 조금 느슨해졌다. 그러다가 어느 연사가 무대에 올랐다.


처음 몇 분 만에 강연장의 공기가 달라졌다.

무엇을 말할 것인지 분명했고,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경험한 것을 어떻게 들려줘야 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슬라이드보다 사람을 더 많이 바라봤고, 큰 이야기를 하다가도 청중이 따라올 수 있도록 작은 사례를 하나씩 놓았다.


형과 나는 동시에 조금 자세를 고쳐 앉았다.


발표가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자 자연스럽게 그 연사 이야기가 나왔다.

“확실히 다르네.”


형이 말했다.

나도 비슷하게 느끼고 있었다.

내용만 많이 안다고 저렇게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래 자기 일을 해본 사람이 그 일을 자기 언어로 소화했을 때 생기는 힘 같은 것이 있었다.


다과가 놓인 쪽으로 걸어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했다. 나는 비슷한 행사를 여러 번 경험해본 터라 행사 진행 방식이나 사람들의 움직임을 조금 설명해주기도 했다. 형은 낯선 자리의 풍경을 흥미롭게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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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된 어머니의 바카라장에서 글을 배웠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말과 침묵 사이에 남은 마음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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