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이번에는 부르지 않았다

늘 가장 먼저 와 있던 사람

by민들레C

오랜만에 축구팀 후배들에게 밥을 한번 사고 싶었다.


몇 해 전에는 내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연습 장소를 알아보고, 누가 빠지면 다시 전화를 돌리는 일이 일상의 한 부분처럼 붙어 있었다. 대회가 잡히면 남성팀과 여성팀을 꾸렸고, 평소 운동과 거리가 멀던 사람에게도 한번 나와보라고 말을 걸었다. 해외 대회라도 있는 해에는 본업보다 이쪽 일이 더 많은 것처럼 느껴지는 날도 있었다.


그러다 내 일이 바뀌고 맡은 것이 많아지면서 예전처럼 팀의 구심점 노릇을 해주지 못했다.

마음이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회사 복도에서 옛 멤버들을 만나면 반가웠고, 단체방에 운동 이야기가 올라오면 한참 들여다보았다. 다만 사람을 모으는 일에는 생각보다 많은 품이 든다. 누군가는 먼저 연락해야 하고, 누군가는 일정을 맞춰야 하며, 사람들이 조금씩 흩어질 때면 다시 이어주는 사람도 필요하다. 그 일을 전처럼 내가 할 수 없게 된 뒤로 팀도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의 손으로 넘어갔다.


얼마 전에는 회장도 새로 바뀌었다.

그래서 몇몇 후배를 불렀다. 거창하게 인수인계를 하자는 자리는 아니었다. 새로 회장을 맡은 후배에게 밥 한 끼 사주면서 힘도 좀 실어주고 싶었고, 요즘 사람들은 어떤지, 누가 여전히 공을 차는지, 예전에 함께했던 멤버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듣고 싶었다.


무엇보다 한동안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마음이 조금 있었다.

팀을 만들어놓은 사람이라고 계속 그 중심에 있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어느 날 갑자기 다 끝난 일처럼 돌아서는 것도 내 마음에는 맞지 않았다.


그렇게 넷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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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정말 축구 이야기였다.

올해는 연습을 조금 일찍 시작해야 한다는 말, 예전에 뛰었던 사람 가운데 다시 불러볼 사람이 있다는 말, 여자팀은 새로 사람을 찾지 않으면 쉽지 않겠다는 말이 오갔다. 젊은 직원 가운데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옛 멤버 중에는 아직 주말마다 공을 차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하나씩 짚었다.

나는 주로 들었다.


예전 같으면 내가 먼저 계획을 세우고 누가 무엇을 할지 정했겠지만, 그날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새 회장이 자기 방식으로 팀을 꾸려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동안 내가 보지 못했던 팀의 사정도 있을 터였다.


“요즘 분위기는 어때?”

그 말을 던지고부터 이야기가 조금 넓어졌다.


예전처럼 사람 모으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 나왔다. 퇴근 뒤까지 회사 사람들과 무언가를 함께하려는 직원이 줄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운동 자체가 싫어서라기보다 회사 밖의 시간을 회사와 연결하고 싶지 않아 하는 분위기가 예전보다 강해졌다고 했다.


누군가는 여전히 열심히 나오고, 누군가는 아이가 생겨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다른 회사로 옮긴 사람도 있었고, 몸이 좋지 않아 더 이상 공을 차기 어려운 사람도 있었다.

이름 하나마다 그 사람이 있던 시절이 같이 따라왔다.


그러다가 한 사람의 이름이 나왔다.

누가 먼저 말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이름이 나온 뒤 아주 잠깐, 아무도 바로 다음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기억난다.

다들 그 사람을 싫어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좋아했고, 고마웠고, 그래서 더 어려워진 사람이었다.

예전의 그 사람은 팀에서 가장 먼저 움직이는 축에 들었다. 자기 일이 바쁜데도 연습 일정이 잡히면 웬만하면 시간을 냈고, 누군가 처음 나와 어색하게 서 있으면 먼저 말을 붙였다. 공식적인 역할을 맡은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사람들이 그 사람을 따라 움직였다. 해외 대회를 준비할 때도 자기 몫 이상을 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지친 사람들을 다시 모아 웃게 만들었고, 누가 빠뜨린 일이 있으면 말없이 하나씩 주워 담았다.


조직에는 그런 사람이 있다.

직바카라은 없는데 자꾸 빈 곳을 메우는 사람.

시키지 않았는데 먼저 움직이고, 서먹한 사람 사이에 말을 놓고, 분위기가 처지면 한번 웃게 만드는 사람.

평가표에 쓰기는 어렵지만 그 사람이 빠지고 나면 이상하게 금세 티가 나는 사람.


그 친구가 그랬다.

그런데 몇 해 사이 많이 달라졌다.


승진이 몇 번 미뤄졌다.

처음에는 주변에서도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회사라는 곳에는 때라는 것도 있고 자리라는 것도 있었다. 이번이 아니라면 다음이 있을 거라는 말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다음’이라는 말도 여러 번 반복되면 뜻이 달라진다.

기다림이 어느 순간 판정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왜 나는 아닌가.

내가 해온 것은 무엇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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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된 어머니의 바카라장에서 글을 배웠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말과 침묵 사이에 남은 마음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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