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그저 사람된 도리

서로 다른 길의 같은 결

by민들레C

그 사람과는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 오히려 가까울 이유가 별로 없었다.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직접 일을 섞어본 적은 거의 없었고, 그 사람이 새로 자리 잡은 곳은 내가 이미 오래전에 떠나온 부서였다. 외부에서 경력을 쌓다가 회사에 들어왔다는 것, 들어온 뒤에는 비교적 밝은 얼굴로 사람들 사이를 잘 오간다는 것. 내가 알고 있던 것은 대략 그 정도였다.


몇 번 눈에 들어온 장면은 있었다. 경력직으로 들어오면 한동안 자기 부서 안에서 자리를 잡는 데만도 힘이 들 법한데, 그 사람은 회사의 크고 작은 일에 제법 자주 모습을 보였다. 다른 조직 사람들에게도 먼저 인사를 건넸고, 꼭 하지 않아도 되는 행사에도 손을 보탰다. 해외에서 열리는 직원 교류 축구대회에 여성 팀원으로 참가한 적도 있었다. 조직이 자신을 받아주기를 기다리기보다, 자기 쪽에서 먼저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리고 잘 웃었다.


밝은 사람.


나는 그 정도의 설명을 그 사람 옆에 붙여두고 있었다.


그러다 부친상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런 일 앞에서 친소를 오래 따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짧은 위로의 말을 붙여 조의금을 보냈다. 무엇을 기대한 것도 아니고, 그 일을 계기로 새삼 관계를 만들어보겠다는 마음은 더더욱 없었다.


그저 사람 된 도리.


내게는 그 정도의 일이었다.


그런데 장례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메시지가 왔다. 손으로 직접 쓴 감사 인사를 사진으로 찍어 보내왔다. 휴가를 마치고 회사에 돌아온 뒤에는 작은 선물까지 들고 찾아와 다시 한번 고맙다고 했다.


“이렇게까지 안 하셔도 되는데요.”


말은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정말 그랬다.


그런데 감사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얼마 뒤에는 점심을 꼭 한번 같이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마음 하나를 건넸는데, 그 사람은 몇 번이나 그것을 자기 방식으로 되돌려 보내고 있었다.


약속을 잡은 날 아침에는 식당 후보가 세 곳이나 도착했다. 어디가 좋은지, 몇 시쯤 나가면 사람이 덜 붐빌지, 특별히 먹고 싶은 것은 없는지까지 적혀 있었다. 점심 한 끼를 앞두고 꽤나 곰살맞게 준비해온 흔적이 역력했다.


결국 우리가 앉은 곳은 회사 근처의 평범한 식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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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육볶음과 계란찜을 시켰다.


붉은 양념이 밴 고기에서는 김이 올라왔고, 뚝배기의 계란은 가장자리까지 봉긋하게 부풀어 있었다. 아침부터 식당을 세 곳씩 알아본 사람과 마주한 밥상이 제육볶음과 계란찜이라는 것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감사라는 것이 꼭 좋은 접시 위에 올라와야 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의 이야기는 때로 이런 평범한 밥상 위에서 더 쉽게 제 모습을 드러내니까.


나는 당연히 그 사람 이야기를 먼저 듣게 될 줄 알았다.


아버지를 보내고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먼저 점심을 청한 사람도 그쪽이었다.


그런데 몇 숟갈 먹기도 전에 내 이야기가 먼저 나오기 시작했다.


그 사람이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이 내가 오랫동안 몸담았던 부서였기 때문이었다.


내 온라인 게임생활의 중심축 하나가 거기에 있었다.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가운데 적지 않은 것이 그 시절에 생겼다. 사람을 상대하는 법도, 조직 안에서 일이 실제로 움직이는 방식도, 좋은 뜻으로 한 말이 반드시 좋은 말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거기서 배웠다.


그리고 배운 만큼 많이 상했다.


사람을 위한 일을 하면서 사람 때문에 많이 긁혔다.


직원들이 곧 고객이었고, 각자에게는 각자의 사정이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절박한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특혜로 보였고, 한 사람을 위해 내린 결정이 다른 사람에게는 부당함이 되었다. 백 번 잘해도 당연한 일이었지만 한 번 어긋난 말은 오래 남았다.


그 무렵의 나는 겉으로는 꽤 잘나가는 쪽에 가까웠다. 중요한 일을 맡았고, 다음 기회가 계속 열렸으며, 누군가에게는 이미 괜찮은 트랙에 올라탄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


틀린 모습은 아니었다.


다만 트랙에 올라 있다는 것과 그 위에서 숨이 편하다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사람들의 기대와 시선 속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마음 하나를 온전히 내려놓을 곳이 줄어든다. 힘들다고 말하는 일조차 또 하나의 정보가 될 것 같고, 내가 약해지는 순간 누군가는 그 장면까지 기억해둘 것 같은 시절이 있었다. 잘 살아내기 위해 만든 얼굴이 어느 순간에는 진짜 얼굴보다 먼저 사람들 앞에 나가는 날들.


어떤 날은 별것 아닌 말 하나를 퇴근 뒤까지 가지고 갔다. 속상해서 울기도 했다. 누군가 앞에서 크게 운 것은 아니었다. 일이 끝난 뒤 빈 사무실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잠깐.


그리고 다음 날이면 다시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사람들 앞에 앉았다.


그때는 그것도 일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그 이야기가 생각보다 길어졌다.


말을 하다가 나도 문득 이상했다.


오늘 처음 밥을 먹는 사람에게 내가 왜 이렇게 오래된 이야기를 하고 있지.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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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된 어머니의 바카라장에서 글을 배웠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말과 침묵 사이에 남은 마음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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