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누군가의 눈물 앞에서

내가 알던 사람의 법칙 밖으로

by민들레C
누군가의 눈물 앞에서,
나는 타겟을 바꿨다



그날 점심을 먹으러 갈 때 나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형편이 아니었다.


대학원 첫 학기였다. 어쩌다 동기들을 대표하는 역할을 맡았고,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사람을 이끄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것이라는 사실과 마주하고 있었다. 신입생 행사 하나를 준비하는 데도 의견은 여러 갈래로 나뉘었고, 나는 나름대로 정리한 안을 단체 대화방에 올렸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이유도 달았고, 말투도 충분히 부드럽다고 생각했다.


돌아온 답은 뜻밖이었다.

“저는 싫은데요.”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


내가 말을 하나 꺼내면 곧바로 다른 의견이 붙었다. 한 사람이 반대하면 다른 사람이 그 말에 힘을 보탰고, 내가 다시 설명할수록 대화는 이상하게 더 멀어졌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다. 여러 사람이 모였으니 의견이 다를 수 있고, 대표라는 사람이 낸 안이라고 해서 모두가 고개를 끄덕여야 할 이유도 없다.


그런데 당시의 나는 그것을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대학 시절까지 나에게 사람을 이끈다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하고, 분위기를 만들고, 조금 적극적으로 나서면 대개 호응이 돌아왔다. 특히 여성 동기들과의 관계에서 나는 내가 제법 유쾌하고 설득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참 편리한 착각이었다.


몇 년이 지나 다시 만난 대학원의 동기들은 내 말에 웃어줄 의무도, 내가 만들어온 분위기에 맞춰줄 이유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각자의 직업과 삶을 이미 가지고 있었고, 자기 판단을 쉽게 거두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그 단순한 사실을 받아들이는 대신 부끄럽게도 문제를 엉뚱한 이름으로 묶었다.


‘여자 동기들.’

왜 이 사람들에게는 내가 하던 방식이 통하지 않을까.

며칠 동안 단체 대화방의 문장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밤이 되면 더 또렷해졌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가보다 왜 내 방식이 먹히지 않는가가 더 궁금했다는 점에서, 이미 답은 나와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사람을 이해하려 한 것이 아니라, 내가 통하지 않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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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태에서 한 사람과 점심 약속이 잡혔다.


회사에서 오래 알고 지낸 여성 선배였다.

신입사원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고 한동안 같은 부서에서 함께 일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자연스럽게 활기가 생기게 하는 사람이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던지면 그것을 실제 일로 만들어낼 줄 알았다. 나에게는 일이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몇 안 되는 선배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던 시절 이후 그의 자리에도 여러 변화가 있었다.

조직을 이끌던 때가 있었고, 어느 순간 그 역할에서 내려와 다시 실무 가까이에서 일해야 했던 시간도 있었다. 직급은 그대로였지만 사람을 둘러싼 풍경은 달라져 있었다. 한때 자신의 말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다른 방향을 바라보기 시작하고, 자신이 중심에 있다고 생각했던 판의 무게중심이 조금씩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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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된 어머니의 바카라장에서 글을 배웠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말과 침묵 사이에 남은 마음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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