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나를 설명해 주던 사람이 떠났다

무간도에 부쳐

by민들레C
나를 설명해 주던 한 사람이 사라졌다




보스가 회사를 떠난다는 사실을 나는 다른 사람들과 거의 같은 때에 알았다.


짧은 공지가 올라왔고, 설명은 없었다. 수십 년을 회사에 있었고 누구보다 이 조직의 한가운데에 있던 사람이 그만둔다는 사실만 몇 줄의 문장으로 남았다. 그 뒤로 며칠 동안 회사의 공기는 이상할 만큼 한 사람의 이름 주위를 맴돌았다. 엘리베이터에서도, 회의실로 가는 복도에서도, 커피를 받아 들고 잠깐 서 있는 동안에도 결국 대화는 그에게로 돌아왔다.


왜 갑자기 나가는 걸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 사람이 정말 스스로 결정한 걸까.


아는 사람은 없었고, 아는 사람이 없으니 말은 더 많아졌다.


무엇보다 사람들은 그가 떠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중요한 순간마다 판단을 내렸고, 필요하면 누구보다 먼저 앞으로 나갔으며, 어느 순간부터는 직바카라보다 존재 자체가 조직의 한 축처럼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어떤 사람의 퇴사는 자리가 하나 비는 일로 끝나지만, 어떤 사람의 퇴사는 한동안 주변의 질서까지 낯설게 만든다.

그는 후자에 가까웠다.


그리고 질문은 자연스럽게 내게로 왔다.


“너는 알고 있었지?”

나는 그를 8년 넘게 가까이에서 모셨다. 단순히 같은 보고선을 오래 공유한 것은 아니었다. 일이 복잡해질수록 더 자주 마주쳤고,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일수록 서로가 어떤 식으로 판단할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 상사와 부하라는 관계가 사라진 적은 없었지만, 시간이 오래 흐른 뒤에는 긴 설명 없이도 상대가 어디를 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정도의 호흡은 생겨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가 무언가를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나도 몰랐다는 것이었다.


퇴사 소식이 알려지고 얼마 뒤,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선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같은 회사에 있었지만 다른 건물, 다른 사업에서 일하는 선배였다. 얼마 전 내가 진행했던 사내 회의에 그의 팀원이 참석했는데, 그 자리에서 본 내 이야기를 꽤 오래 했다는 것이었다.


“최근에 네가 진행한 회의 얘기 들었어.”


“아, 그거요?”


“우리 직원이 거기 있었는데 네 이야기를 계속 하더라. 잘하더라고.”

늘 하던 일을 했을 뿐인데 누군가가 좋게 봐주었다는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고맙다. 그런데 선배가 “그래서 네 생각이 났다”고 말한 대목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마침 얼마 전 내게도 축하받을 일이 있었던 터라 내가 먼저 식사를 제안했다.


“제가 저녁 한 번 모시겠습니다.”


“나 혼자 가기는 좀 그런데.”


“그럼 말씀하신 직원분들 같이 오세요. 좋은 분들 더 데려오시고요.”


그렇게 자리가 만들어졌다.

식사를 하다 결국 그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너는 알고 있었지?”


나는 웃지 못하고 대답했다.

“아니요.”


선배가 나를 봤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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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된 어머니의 바카라장에서 글을 배웠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말과 침묵 사이에 남은 마음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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