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하인이 강성노조가 되었다
오늘은 내가 만든 회식날이었다.
나는야 회식핑 ㅋㅋ
인원은 단촐하게 H샘, S샘, 나 이렇게 셋. 퇴근하고 차에 타자마자 난리부르스가 시작됐다. 평소 온라인 게임에서 보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퇴근하면 각자의 자아가 생긴다. 나는 싸만다, H샘은 윽고스타. 오늘 처음 제대로 알게 된 S샘은 피상씨다. ㅋㅋㅋ
사실 S샘은 접수상담원으로 일한 지 6개월이나 됐는데 그동안 제대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나는 S샘을 꽤 오래 봐왔지만 잘 몰랐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내향적인 집순이인데 혼코노를 즐기는 사람이었다. 어제도 기분 촵촵~한 일이 있어서 혼코노를 했고, 오늘도 갈 예정이었다고 한다. 이런 사람이라면 우리랑 친해질 수밖에 없지 않나.
그날 회식에서 H샘이 얼마 전 다녀온 게슈탈트 집단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곳에 다녀온 뒤 자신이 새로 태어난 것 같다고 했다. 원래 말이 많지 않고 관계에 대한 욕구도 별로 없어 보였던 사람인데, 집단에서 자신이 사실은 굉장히 외로웠고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어 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그리고 집단이 끝난 뒤 바로 본가에 가서 부모님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는데, 늘 예상하던 것과 달리 부모님과 서로 이해하고 화합하는 경험을 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와 같은 부분에 공감도 가고 신기했다. 자기 안에 있는 욕구를 모르고 살 다가 그걸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삶이 달라질 수 있구나.
그러다 자연스럽게 내 이야기가 나왔다.
게슈탈트에서는 상전과 하인이라는 구도를 많이 이야기한다. 상전은 도덕성이나 초이성적인 부분을 이야기하고, 하인은 순수한 욕구나 본능을 이야기한다. 어느 한쪽이 좋고 나쁜 것이 아니라 둘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고 서로 통합되어야 한다.
그런데 보통은 상전이 너무 강하다.
“이 정도는 해야지.”
“힘들어도 참아야지.”
“약속했으니까 해야지.”
“졸려도 공부해야지.”
내 안의 상전은 이런 말을 아주 잘했다.
나는 꽤 오랫동안 상전의 말을 들으며 살았다.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일단 해야 할 일을 먼저 했고, 몸이 아파도 조금 더 참았다. 쉬고 싶어도 쉬면 안 될 것 같았고, 공부하기 싫어도 약속한 시간이면 억지로 바카라상 앞에 앉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내 안의 하인이 조금씩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요즘은 아주 많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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