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 편지는 아마 엄마에게 붙이지 못할 거야. 그래도 한 번 써보고 싶었어. 엄마에게 속상했던 걸 다 털어놓고 나야 그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고 하더라.
나는 요즘 면접 공부를 하면서 엄마 생각을 자주 해. 사실 상담을 할 때도, 아이를 키울 때도 엄마 생각이 날 때가 많아. 엄마가 생각나서 울컥하고 고마울 때도 있지만, 어떨 때는 엄마가 너무 원망스러울 때도 있어. 오늘도 그랬어.
‘무효화 환경’, ‘비수인 환경’이라는 게 있어. 정서를 축소해서 받아들이거나 그 정서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위축되게 만드는 환경을 말해. 나는 엄마와의 관계에서 그런 무효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해. 그 말을, 그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정확한 뜻을 모르는데도 엄마가 생각났어.
내가 속상한 걸 이야기했을 때 엄마는 늘 말했지.
“그건 네가 너무 마음이 약해서 그래.”
“그렇게 하면 안 돼.”
“걔가 때리면 너도 똑같이 해줘.”
“이렇게 해.”
나는 엄마에게 속상한 걸 말할 때 하나도 이해받는 기분이 들지 않았어. 오히려 비난받고, 내가 부족하다는 걸 확인받는 느낌이었어. 내가 전혀 할 수 없는 방법을 제시하는 엄마에게 답답하고 화가 나고 속상했지만, 그것 또한 표현할 수 없었어.
나는 마음이 참 여렸던 것 같아. 감수성도 풍부했고. 엄마에게 힘든 걸 말하는 걸 어느 순간부터 하지 않았어. 아주 어렸을 때부터 말이야. 아빠에게도 마찬가지였지.우리 집은 좋은 얘기만 했잖아. 맛있는 걸 먹으면서 각자의 슬픔과 아픔은 각자가 처리하는 그런 집이었잖아.
나는 어릴 때 우리 집은 화목하다고 생각했어. 큰소리도 나지 않고, 즐겁고 맛있는 걸 먹고, 좋은 얘기를 나누니까. 그리고 엄마 아빠가 우리를 사랑하는 것도 당연히 알고 있었고.
그런데 정말 신기하지.
이과였던 내가 공대를 갔다가 갑자기 가족상담을 전공하게 될 줄이야. 교양 수업에서 들었던 가족학 수업이 잊히지 않아. 역기능적인 가족 구조의 특징에 우리 집 가족이 그대로 써 있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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