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호텔을 좋아했을까?
나는 참는 게 참 익숙한 사람이었다. 싫은 것도, 기분 나쁜 것도, 화가 나는 것도 다 꾹꾹 눌러 담고서는 겉으로는 하나도 티 나지 않게 했다.
내 안의 검은 것들은 그렇게 쌓여만 갔다. 그것들은 내 안에서 곪고 썩어 찐득하고, 보기에도 무서운 것이 되어 갔다. 그래서 나는 더 열심히 도망갔다. 우울로, 경조증으로, 잠으로, 릴스로. 나의 어둠을 보지 않기 위해.
그것을 보면 정말 내가 쓰레기임이 증명될 것 같았다. 그것은 나에게 사형선고처럼 들렸다. 죽을 것 같은 공포였다.
같은 선생님께 4년 동안 상담을 받았지만, 늘 중요한 순간에는 요리조리 피해 갔다. 세 번째 상담 선생님이었는데도.
더 이상 쌓이기만 할 수 없었던 그림자는 결국 증상으로 나타났다. 나는 우울과 경조 사이를 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8년.
약물치료, 개인상담, 집단상담, 주변 사람들의 도움, 그리고 끊임없는 성찰.
그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이자, 마치 오래 말라 있던 샘에서 새로운 물줄기가 솟아오르듯 내 안에도 새로운 이해가 생겨났다.
나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구나.
내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구나.
비로소 나를 내가 이해하게 되었다.
돈을 많이 벌지도 못하면서 호텔을 좋아하고, 명품을 좋아하는 나를 늘 사치스럽다고 비난했다.
그런데 어느 날 깨달았다.
내가 좋아했던 것은 호텔도, 명품도 아니었다.
그곳에서 경험하는 환대와 안심이었다.
환대.
이 단어를 떠올리면 선명하게 기억나는 장면이 하나 있다.
나는 첫 손주라서 여자아이였음에도 할머니의 사랑을 아주 많이 받고 자랐다. 하지만 여동생들은 여자라는 이유로 구박을 받았고, 자주 오지도 않는 남자 사촌들은 버선발로 뛰어나가 맞이하셨다.
그 모습이 미웠다.
하지만 나를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알기에 마음껏 미워할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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