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파라파라가 뭔데? - 2

난 25년째 파라파라나 추고 있다 - 08

by이정미

초창기의 파라파라는 아주 단순했다. 디스코텍에서 하룻밤 따라 추다 보면 배울 수 있는 수준이었다. ‘파라파라’와 ‘안무가 정해진 디스코’ 사이의 경계도 희미했던 듯하다. 유튜브를 검색하다 보면 ‘옛날 어디어디 디스코텍의 디스코 안무’라고만 되어 있고 파라파라라는 단어는 언급되지 않는 영상들이 있는데, 그중 일부는 파라파라와 매우 비슷하다. 1980년대까지는 아직 파라파라라는 단어 자체가 널리 쓰이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에 파라파라는 극히 일부의 디스코텍에서만 유행하는 춤이었다. 대부분의 디스코텍에서는 분위기를 망친다며 금지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에 일본의 버블경제가 정점에 달하고 고급 디스코텍들이 부상했을 때, 이곳의 호객꾼들이 여자 손님들을 확보할 목적으로 파라파라 안무를 만들어서 추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안무가 따로 있는 춤을 배우려면 직접 디스코텍에 와서 배우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고급 디스코텍 중에서는 ‘King & Queen’과 ‘마하라자’가 파라파라의 중심지였다.


King & Queen을 파라파라의 발상지로 간주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흔적 중 하나가 ‘아오킹(アオキン)’이라고 한다. 파라파라의 매우 기본적인 동작 중 하나를 가리키는 말인데, ‘도쿄 아오야마의 킹 앤 퀸에서 유래한 동작’을 줄여서 ‘아오킹’이라는 것이다.


파라파라는 이처럼 디스코텍에서 생겨난 춤이기 때문에 똑같은 곡이라도 각 디스코텍마다 안무가 달랐다. 각 디스코텍 사이에는 ‘우리 안무가 최고지’라는 기싸움까지 있었다고 한다. 한 디스코텍에서 다른 디스코텍의 안무를 추면 눈총을 받기도 했다.


1994년, 파라파라에 처음으로 ‘공식 안무’라는 개념이 탄생한다. 일본의 유로비트 시장을 독점하게 된 음반사 에이벡스가 ‘파라파라 쿄텐(教典)’이라는 안무 비디오 시리즈를 발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파라파라에서 공식 안무라고 하면 해당 곡을 발매한 음반사(주로 에이벡스) 또는 아티스트가 인정한 안무를 가리킨다.


쿄텐 시리즈를 기점으로, 비디오테이프를 사서 보는 것이 파라파라 안무를 배우는 일반적인 방법이 된다. 디스코텍들도 ‘공식 안무’에 굴하지 않고 각자의 안무를 비디오테이프로 만들어서 나눠주기 시작했다. 비디오를 반복해서 보며 연습할 수 있으니 안무를 굳이 단순하게 만들 필요도 없어졌다.


파라파라가 디스코텍에서 나와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전파된 것은 1999년이었다. 당시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남자 연예인이었던 키무라 타쿠야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파라파라를 춘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 이 시기에 10대-20대 여성들의 문화인 ‘갸루’가 유행한 것도 파라파라의 유행과 서로 시너지 효과를 냈다. 갸루 문화와 파라파라 문화 사이에는 큰 교집합이 있기 때문이다.


파라파라 열풍은 대략 2001년까지 일본 열도를 휩쓴 후 수그러들었다. 2000년대 중반 에이벡스가 파라파라를 되살리기 위해 애썼지만, 마케팅으로 대세를 만들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일반인들에게 파라파라는 예전에 스쳐 갔던 유행 중 하나로 전락하고 만다. 파라파라 팬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줄어들었다.


그래도 2026년 현재까지 에이벡스와 연계된 파라파라 팀들이 정기적으로 공식 안무를 내놓고 있다. 일본의 여러 지역에서도 소규모 이벤트가 열리며 파라파라의 명맥이 이어져 오고 있다. 세계 각국의 파라파라 팬들도 인터넷을 통해, 그리고 일부는 일본을 방문하거나 심지어는 일본에 살며 활동하고 있다. 2010년대 후반부터 일본에서는 파라파라가 옛날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레트로 소재로도 꽤 쓰이고 있는 듯하다.


image.png파라파라 열풍의 기폭제가 된 키무라 타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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