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25년째 파라파라나 추고 있다 - 06
나는 중고등학교 때 일본 애니메이션에 푹 빠졌다. PC통신 애니메이션 동호회에서도 열심히 활동했고, 그곳의 오프라인 모임에도 여러 번 나갔다.
어느 날도 소규모 모임 약속이 잡혔다. 기억이 아주 정확하지는 않지만 2001년이었을 것이다. 90년대 말에 시작된 리듬게임 열풍이 아직 사그라들기 전이었고, 그날 나오기로 한 회원들 중에도 리듬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신촌의 한 오락실에서 모이기로 했다.
나는 제일 먼저 도착해서 한동안 다른 회원들을 기다리게 됐다. 당시 나는 게임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곳에서 할 일은 다른 사람들이 게임하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뿐이었다.
그때 내 시선을 붙든 것은 파라파라 게임이었다. 파라파라 춤을 기반으로 만든 일본산 리듬 게임이고, 기계에 올라가서 정해진 안무대로 춤을 추면 팔 움직임이 센서에 감지되면서 점수가 올라갔다.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번갈아가며 플레이하고 있었다. 나는 그 두 사람을 계속 구경했다.
나는 그전까지 파라파라를 제대로 본 적은 없었지만, 이미 일본 서브컬처에 어느 정도 익숙했기 때문에 파라파라라는 춤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아마 그날이 처음으로 본격적인 파라파라를 접한 날일 것이다.
그때는 파라파라 게임과 안무 모두 신기하고 재미있어 보인다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다. 함께 나오는 전자음 위주의 빠른 음악도 내 취향이었다(그런 음악을 유로비트라고 부른다는 걸 얼마 후 알게 된다). 하지만 아직 직접 해볼 엄두는 못 냈다.
파라파라가 직접적인 계기는 아니었지만 나는 비슷한 시기에 PC통신을 통해서 유로비트도 조금씩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유로비트에 맞춰 추는 춤인 파라파라에도 점점 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
얼마 후, 나와 마찬가지로 일본 서브컬처를 좋아하던 친구가 누군가에게 파라파라 안무를 배워 와서 내게 가르쳐 줬다. 지금은 배우고 싶은 안무가 있으면 유튜브에서 검색해서 영상을 보고 따라하면 되지만, 그 시절에는 영상을 찾아내는 것보다 안무를 알고 있는 사람에게 직접 배우는 것이 오히려 더 빠를 수도 있었다.
‘Try Me’라는 유로비트 곡의 안무였다. 나는 아무로 나미에가 리메이크한 버전을 통해서 음악만 먼저 알고 있었다. 좋아하는 곡이었지만 나도 몸치였고 친구도 확실하게 시범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제대로 배우지는 못했다. 그래도 내가 처음으로 배운 파라파라 안무였다.
첫 시도는 썩 잘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파라파라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PC통신을 검색해 보니 조금이나마 파라파라 영상이 있었다. 오락실의 파라파라 게임에 수록된 안무들도 있었다. 일본에서 전문 댄서들이 찍은 영상도 있었고, 한국인들이 오락실에서 캠코더로 찍은 영상도 있었다. 나는 가끔 영상을 보며 집에서 파라파라를 조금씩 연습하기 시작했다.
2001년은 소유진이 ‘파라파라 퀸’을 내놓은 해이기도 하다. 케이블 TV에서 종종 뮤직비디오를 틀어줬는데, 전주와 후렴 부분의 안무가 나오기에 그것도 연습했다.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