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비트’라는 이름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난 25년째 파라파라나 추고 있다 - 05

by이정미

유로비트의 출생의 비밀에 대해 알아봤으니, ‘유로비트’라는 장르 이름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요점부터 말하자면 영국 게이 클럽의 DJ들이 지어 준 이름이다.


이야기는 1980년대 중반, 영미권 디스코 음악인 하이 에너지가 유럽 대륙 디스코의 영향을 받아 변화한 때로 돌아간다. 당시 하이 에너지는 주류 장르이기도 했지만 언더그라운드의 게이 클럽에서도 엄청나게 인기가 있는 장르였다. (원래 디스코 음악 전반이 LGBT 문화와 연관이 깊다) 영국의 게이 클럽들은 유럽 대륙의 영향으로 새로워진 하이 에너지를 기존의 하이 에너지와 구분해서 ‘유로비트’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국의 주간 음악잡지 레코드 미러(Record Mirror)가 1985년 12월 7일부터 ‘하이 에너지 차트’를 ‘유로비트 차트’로 바꾸면서 유로비트라는 장르 이름이 더욱 확고하게 정착했다. 당시 차트의 하단을 보면 유로비트는 게이 클럽의 DJ들이 사용하는 새로운 단어라는 설명이 있다.


전에도 언급했듯 이 시기의 유로비트는 ‘1980년대 초반의 초기 하이 에너지와 구분되는 후기 하이 에너지’라는 뜻이었으므로 사실상 하이 에너지와 동의어였다. 심지어 1987년에 레코드 미러는 ‘유로비트 차트’를 다시 ‘하이 에너지 차트’로 바꿔 버리고 말았다.


기록이 남아 있는 것으로 한정한다면, 일본에서 유로비트라는 단어가 최초로 사용된 것은 1986년 6월 25일이다. 일본의 음반사 알파 뮤직(Alfa Music)이 Bobby O의 Whisper To A Scream이라는 신곡을 일본 시장에 발매하면서 이 곡을 유로비트로 분류한 것이다. 일본 최초의 유로비트 컴필레이션 앨범은 1986년 10월 21일 캐년 인터내셔널(Canyon International)이 발매한 Eurobeat Fantasy이며, 불과 며칠 차이로 알파 뮤직도 That’s Eurobeat 시리즈를 발매하기 시작해서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Record Mirror 1985 12 07.png1985년 12월 7일자 레코드 미러에 처음으로 등장한 '유로비트 차트'


유로비트라는 단어의 기원에 대해 다른 주장도 있다. 이탈리아의 작곡가 겸 가수이며 That’s Eurobeat 시리즈에 수많은 곡을 제공한 마우로 파리나(Mauro Farina)는 자신이 유로비트라는 단어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알파 뮤직 측에 자신의 곡을 들려줬을 때 “이런 장르를 뭐라고 부르나요?”라는 질문을 받았고, 그때 ‘유럽 음악이니까 유로, 비트가 있는 음악이니까 비트’라는 의식의 흐름으로 즉석에서 생각해낸 단어라는 것이다.


파리나는 초기 유로비트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거장이지만 이 주장은 믿기 어렵다. 유로비트라는 단어는 That’s Eurobeat 시리즈가 탄생하기도 전부터 이미 존재했다. 그리고 설령 파리나가 그때 아직 유로비트라는 단어를 몰랐다고 해도, 자신의 음악이 어떤 장르냐는 질문을 받았다면 하이 에너지나 이탈로 디스코라고 충분히 대답할 수 있었다. 그냥 웃고 넘기면 될 이야기인 것 같다.


Mauro Farina.jpg작년에 고인이 된 유로비트의 거장 마우로 파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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