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by이고은

‘9kg’.


내가 BMI 23 아래로 내려가기 위해 반드시 덜어내야 할 무게였다. 현실성이 없어 보이는, 아득하고 막막하기만 한 숫자였다. 하지만 AI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 목표치를 화면에 띄웠다. 감정 없는 기계가 무미건조하게 내미는 이런 ‘직설’이 오히려 나에겐 필요했다.


숫자를 현실로 바꾸는 원리는 간단했다. 몸에 들어오는 열량보다 빠져나가는 열량이 더 많을 것. 우리 몸은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해지면 내부에 쌓인 지방을 분해해서 연료로 쓴다. 그 결핍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체중 감량이 일어난다.


키, 몸무게, 나이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대사량의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다. 가만히 숨만 쉬더라도 생존을 위해 소진되는 ‘기초대사량’에 일상 활동과 운동으로 쓰는 에너지를 더하면 하루에 태우는 ‘일일 총에너지 소비량(TDEE, Total Daily Energy Expenditure)’이 나온다.


이를 이용한 체중 감량의 원리는 초등학교 산수 수준으로 쉽다.


많이 먹었지만 유지하고 싶다면? 먹은 만큼 운동해서 열량을 더 태운다.

평소처럼 먹되 살을 빼고 싶다면? 운동량을 늘려 적자를 만든다.

덜 먹어도 좋으니 더 빨리 감량하려면? 섭취 열량을 줄이고 운동량도 늘린다.


이 간단한 논리로 보면, 내가 소리 없이 체중이 늘었던 이유는 분명했다. 40대에 접어들어 기초대사량과 활동량은 줄었는데, 20대 때부터 습관이 된 식사량을 유지하며 잉여 칼로리를 몸속에 차곡차곡 저축했던 것이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9kg를 감량하려면 구체적으로 얼마나 칼로리를 비워내야 할까? 나는 AI에게 질문을 던졌고, 정교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얻었다. 그리고 그에 기반해 구체적인 플랜을 세웠다.


체지방 1kg을 태우려면 약 7700kcal의 에너지 적자(Deficit)가 필요하다. 일주일(7일) 만에 1kg을 빼려면 하루에 1100kcal를 덜 먹거나 운동으로 태워야 한다. 하지만 이는 지속 불가능한 극단적인 수치다. 대신 기간을 2주일 정도로 늘리면 하루 550kcal의 적자만 유지해도 1kg을 덜어낼 수 있다. 즉, 9kg을 줄이려면 일주일에 1kg씩 9주간 감량하거나, 2주에 1kg씩 최소 18주간 꾸준히 덜어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나는 후자를 택했다. 지속가능하고 몸에 무리를 주지 않는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했다. 내 기초대사량을 1250kcal로 계산할 때, 운동량이 거의 없는 경우 일일 총에너지 소비량은 1500kcal(기초의 1.2배)에 불과하다. 하지만 주 4~5회 꾸준히 운동하면 일일 총에너지 소비량이 1800~1900kcal(기초의 1.5배)까지 늘어난다.


1800kcal(일일 총에너지 소비량)=1250kcal(기초대사량)+250kcal(일상 활동량)+300kcal(운동량)


나는 꾸준한 운동을 병행해 일일 총에너지 소비량을 1800~1900kcal로 높이기로 했다. 하루 300~400kcal를 소진하는 운동이면 이 정도 목표에 도달할 수 있었다. 섭취하는 음식량을 1300~1400kcal로 제한하고 300~400kcal를 태우는 운동을 하면, 결과적으로 하루 1000kcal 수준의 열량만 몸에 남길 수 있다. 그렇게 매일 약 500kcal 안팎의 마이너스를 꾸준히 누적하면, 약 4달 후에 9kg 안팎의 지방이 타서 없어지는 수학적 결과에 도달한다는 계산이었다.


1300kcal(음식 섭취)-1800kcal(일일 총에너지 소비량)=-500kcal(에너지 적자)


단순히 굶어서 기초대사량 수준으로 섭취하는 방식은 택하지 않았다. 성인 단체급식의 한 끼만 해도 평균 800~1000kcal 정도인데, 한끼를 하루에 나누어 먹는 극단적인 절식은 결국 기초대사량을 깎아먹고 요요를 부르기 때문이다. 덜 먹고 굶는 대신, 적정량을 건강하게 먹고 더 많이 움직이는 방법을 택했다. 운동으로 근육을 지켜야 기초대사량이 유지되어 감량 속도에 가속도가 붙기 때문이다.


다만, 운동으로 칼로리를 태우는 일은 정직하고 혹독하다. 1km를 달려야 겨우 70kcal 안팎이 소모되는데, 이는 고작 삶은 계란 1개 칼로리 수준이다. 밥 한 공기(약 200g)의 열량은 약 300kcal이니, 식사 때 반 공기(150kcal)만 덜어내도 무려 2km를 달린 것과 같은 효과를 얻는 셈이다.


이처럼 엄격한 숫자의 법칙을 체감하자, 식습관과 움직임이 달라졌다. 항상 무언가를 입에 넣기 전 ‘이걸 먹으면 몇 km를 더 달려야 할까’라는 계산이 자동으로 머릿속을 스쳤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명료한 숫자는 내게 자기 통제의 강력한 동기를 부여했다. 숫자는 나를 속이지 않았으므로, 나 역시 내 몸에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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