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처럼 건강할 줄 알았다

by이고은

나는 초등학교 시절 학교 육상부 선수였다. 1990년대 초등 여학생부 단거리에는 60m 경기가 있었는데, 5학년 때는 구청장배 대회에 나가 9초대의 기록을 세우며 3위로 동메달을 목에 건 기록이 있다.


6학년 때 이미 키는 160cm를 훌쩍 넘겼고, 다리는 누구보다 빨랐다. 매일 하루 2시간씩 방과 후 운동장 트랙을 달리며 만든 단단한 근육과 왕성한 기초대사량. 어려서부터 나는 내 몸의 타고난 건강함과 탁월함을 굳게 믿고 있었다.


문제는 그걸 너무 맹신하며 ‘오만’에 빠져 있었다는 점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스스로를 영원한 ‘근육 부자’라고 착각하며 살아온 세월. 특별히 운동을 챙겨하지 않아도,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마음껏 먹고 다녀도, 언제나 BMI(Body Mass Index, 체질량지수) 지수는 늘 모범적인 정상 범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20대와 30대 역시 큰 위기는 없었다. 신문사 기자로 일하며 하루 일과가 눈코 뜰 새 없이 너무 바빴고, 살인적인 업무량만큼 활동량도 많아 대사는 활발하게 돌아갔다. 30대 중반에 두 아이를 낳은 뒤 조금 살이 붙는가 싶었지만, “내 나이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문제는 40대에 접어들면서였다.


마흔이라는 문턱을 넘자 모든 전선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유년기부터 쌓아 두었던 근육 예금 잔고가 마침내 바닥을 드러낸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아무런 위기의식 없이 예전처럼 먹고 평소대로 움직이자, 어느새 몸이 무서운 속도로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신체 대사가 무너지고 나니, 온몸이 염증덩어리가 된 것처럼 매일 쑤시고 아팠다.


지난 4월, 체중계 앞자리가 바뀌며 인생 최대 몸무게를 경신했다. 그 숫자가 내가 둘째 아이를 만삭으로 품고 있을 때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일까.’


돌아보면 내 삶에서 ‘몸’은 늘 우선순위에서 맨 끝자락에 밀려나 있었다. 학창 시절에는 입시와 진로, 슬롯에 나온 후론 성취와 커리어, 이후에는 결혼과 출산, 육아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몸을 돌볼 여유 따위는 없었다. 늘 건강했다고 믿었기에, 더더욱 몸을 방치했다.


강한 위기감이 느껴졌다. 그렇게 거울 앞에 서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직시했다. 노화라는 거스를 수 없는 중력, 안이한 마음으로 방심해온 시간들로 인해 내 실존이 무너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순간, 비로소 분명해졌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이대로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무언가를 변화시키기로 했다. 언제나 건강할 줄로만 알았던 지난날의 오만과 게으름을 털어내고 극복하기로 했다. 뭘 할 수 있을까, 뭘 해야 할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내가 가장 잘 하는 일을 떠올렸다. 거창한 결심 대신,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행동부터 찾았다.


그건 바로 내 몸의 상태를 낱낱이 ‘기록’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나의 몸을 변화시킬 도전적인 실험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