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몸무게 OO.Okg’.
눈을 뜨자마자 체중계에 올랐다. 그리고 그 숫자를 곧바로 AI에 입력했다. 충실한 AI 코치는 1~2초 만에 오늘의 신체 상태를 명쾌하게 분석했다. 이미 입력해 둔 나의 키와 나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재의 BMI 지수, 기초대사량(BMR), 일상 총소비량, 그리고 오늘의 권장 섭취 칼로리를 즉각 산출해 주었다.
매일 아침 데이터를 확인한 뒤 하루의 계획을 세웠다. 핵심은 최대한 ‘느슨하게, 그러나 지속 가능하게’. 초반부터 자신을 지나치게 몰아세우면 시스템 자체가 붕괴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본 가이드라인은 단순했다. 아침 300kcal, 점심 500kcal, 저녁 500kcal 수준으로 섭취하고, 운동으로 300~400kcal를 태워 없애는 것. 물론 어떤 날은 1000kcal만 먹기도 하고, 어떤 날은 약속이 있어 2000kcal를 훌쩍 넘기기도 했다. 덜 먹은 날은 가볍게 움직이고, 과식한 날은 평소보다 1km라도 더 달리고 10분이라도 더 운동해서 하루 잉여 열량을 통제하려고 애썼다.
우선순위는 식단이었다. 아무리 땀 흘려 뛰어도, 먹는 양을 조절하지 않고는 운동만으로 열량을 상쇄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매 끼니 먹는 것을 낱낱이 기록하고 계산해 보니, 그동안 내가 얼마나 무의식적으로 많은 양을 먹어왔는지 비로소 깨달았다.
예전부터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우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밥 한 공기(약 200g)의 칼로리가 무려 300kcal에 달한다는 사실이 절실해진 후로, 결국 밥부터 절반으로 줄였다. 한 끼에 150kcal만 줄여도 하루 세 끼면 무려 450kcal를 줄일 수 있다.
대신 부족한 포만감은 칼로리가 낮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와 단백질로 채웠다. 그건 ‘생존 본능’이었다. 허기를 견디며 무작정 굶는 대신, 몸이 건강한 포만감에 적응하도록 유도했다.
하루 이틀 그렇게 숫자 안에서 나를 통제하자, 몸이 정직하게 반응했다. 매일 아침 체중계 위에서 0.1kg씩 줄어드는 숫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수분 섭취나 컨디션에 따라 0.1~0.2kg씩 반등하는 날도 있었지만, 전체적인 그래프는 분명 하향 곡선을 그렸다. 흐름이 눈에 보이자 성취감이 쌓였고, 이 실험을 결코 멈추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흘 정도 지나자 체중은 1kg가량 줄어들었다.
고작 1kg 뿐이었는데도, 신기하게도 주변에서 “달라졌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생겼다. 식단과 운동을 통해 체지방이 걷히고 근육이 쌓여가기 시작할 때 나타나는 신호였다.
‘숫자가 다는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자, 몸 안의 구체적인 구성을 더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흔히 ‘인바디’ 검사라고 하는 체성분 분석 검사를 받아보기로 했다. 수분, 단백질, 무기질, 체지방 등 4대 주요 구성 성분을 분석해, 신체 균형 상태를 파악하는 검사다. 고가의 클리닉이나 헬스장에 등록하지 않아도, 가까운 구청 보건소나 주민센터(행정복지센터)를 찾으면 무료로 측정이 가능하다.
보건소에 찾아가 검사기 위에 올라섰다. 그 결과는 냉정하고도 명확했다. BMI 지수는 물론 골격근량, 체지방량, 복부지방률까지 내 몸의 현주소가 한 장의 리포트로 출력되었다. 그리고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몇 kg를 감량해야 하는지, 목표 골격근량은 얼마가 되어야 할지가 세밀하고 정교한 수치로 제시되었다.
검사 결과를 손에 쥐자, 모호했던 목표가 한층 선명해졌다. 혼자서 세웠던 AI 기반의 다이어트 로드맵이 틀리지 않았음을 공인받은 기분이었다. 객관적인 수치로 현실을 직시하는 일. 결국 변화의 시작은 철저한 ‘자기 객관화’에 있었다. 다음 측정 때는 반드시 더 건강한 숫자를 만들고 말겠다는 결심이 단단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