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말씀하셨던 성수 그 식당에서 뵈면 될까요?"
소개팅 당일, 나는 그에게 먼저 메시지를 보냈다.
''5시에 카페에서 먼저 보죠. 커피 한잔하고 넘어가게."
식당 예약 시간은 5시 반인데, 그는 5시에 카페에서 만나 커피를 마시고 식당으로 이동하자고 했다. 소개팅에서 식전 커피를 마신적도 거의 없지만, 30분이라는 시간이 제한된 식전커피는 처음이었다.
나는 원래 식사 전에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어차피 식사 후에 커피를 마실 것 같은데, 30분간의 커피 값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원하지 않지만, 싫다고 할 수도 없지 않은가.
우선 알겠다고 하고,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이성을 만나기 위해 오랜만에 꾸며본다. 40대를 맞이하고 처음 하는 소개팅이다.
셀프 새치 염색부터 한다. 두피를 뚫고 1cm 정도 나온 새치를 감쪽같이 숨겼다. 한때는 제법 반짝였던 것 같은데, 이제는 윤기라곤 찾아볼 수 없이 푸석해진 머리카락. 내 머리카락 곳곳에도 세월이 내려앉아있었다. 치장과는 거리를 두고 살았던 탓에 거울 앞에서의 손놀림은 어설프기만 했다. 서랍 구석에서 잠자던 고데기와 에어랩까지 전부 꺼내 사용하니 그제야 제멋대로 부스스하게 들떠 있던 머리카락들이 차분해졌다. 거울에 비치지 않는 뒤통수까지 그럴싸하게 정돈되었는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애초에 내 시선이 닿지 않는 곳까지 완벽하게 꾸며낼 재주 따윈 없었으므로 이 정도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머리와 화장을 끝내니 옷차림이 고민됐다. 옷이 거의 없고, 그나마 있는 옷들도 죄다 이사 박스 속에서 잠자고 있었다. 심지어 그 박스를 다 뒤져도 소개팅에 입고 나갈 만한 옷은 없을 것 같았다. 얼마 전 유니클로에서 구입한 옅은 회색 스커트가 떠올랐다.
'괜히 샀나 후회했는데, 이렇게 입을 일이 생기네. '
상의는 흰색 폴로셔츠를 빌렸다. 흰색 폴로셔츠는 면 소재로 이 계절에 입기 딱이었다. 전체적으로 밝은 톤의 차림새였다.
가방은 중국인 친구에게 선물 받은 찰스앤키스 가방으로 매치했다.
명품 구두를 신고 갈까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브랜드가 없는 굽 5cm 정도의 편안한 메리제인 구두를 신었다.
외출 준비의 마지막은 향수였다. 엑스니힐로의 러스트인파라다이스를 선택했다. 허공을 향해 향수를 높게 분사한 뒤, 미세하게 흩어지는 향기 입자 아래로 사뿐히 걸어 들어갔다.
지하철을 타고 성수로 향하는 길, 4시 50분쯤 도착할 것 같다는 그의 연락이 왔다. 나 역시 그쯤 도착할 것 같다고 답했다.
약속 장소인 카페는 다소 특이한 구조였다. 통유리창 너머로 아담한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였다. 지나치며 안을 살피다 '아, 저 사람이구나' 싶은 실루엣이 단박에 눈에 들어왔다. 창을 등지고 앉아 있어서 뒷모습만 보였지만, '살이 찌고, 덩치가 크다' 던 정미의 정보 덕분에 헷갈릴 수가 없었다. 넓은 등판을 지닌 채 혼자 앉아 있는 사람은 그 사람뿐이었다. 꽤나 고심해서 이 카페와 저 자리를 골랐겠구나 싶었다.
카페 정면에서 볼 때 카페 내부가 옆으로 긴 느낌이어서 구조가 묘했다. 그리고 그 카페는 공간이 구분 돼 있었다. 그분이 앉아있던 자리에서 카운터로 나오려면 문을 열고 나와야 했다. 그래서 내가 있는 카운터에서는 서로 시선이 닿지 않았다. 내가 먼저 대뜸 다가가 "민수씨 맞으시죠?" 하기가 멋쩍어 카운터 근처에서 메시지를 보냈다.
''저 도착했어요. 어디 계세요? 저는 카운터 쪽이에요. ''
잠시 후, 문을 열고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