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새벽, 자연, 가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JIMFF (Jecheon International Music & Film Festival), 2026
새벽 알람은 겨울을 주제로 한 바이올린 곡이다. 겨울을 좋아한다. 파리의 쇼팽은 겨울이었다.
새벽은 흐린 시선으로 벽에 걸린 낯선 정물화에 놀라게 한다. 창밖에는 호수가 크다. 이라크 내전 속 아이의 눈에는 마르지 않는 강이 흐른다.
숲을 따라 낸 산바카라로를 걷는다. 오리가 커서 무척 놀랐다. 오리 둘이 수다스럽다. 혼자인 나는 내 속도에 진하게 몰입할 수 있다.
바위마다 예술하는 식물들의 집착을 감상한다. 모두 힘껏 안고 감아 돌아 자기 것을 만든다. 바위도 허락해야 하고 통나무도 거절할 수 없다. 그게 그들의 최선인 거다. 온가슴으로 안아 살기.
다시 오고 싶은 곳이 있다는 것은 조금 더 살려는 성의 같은 거다. 가슴을 밀어내는 안갯속에 한참 서 있었다. 하늘이 엷어지고 회색으로 닫히며 잔비가 내린다. 비를 좋아하니 더 천천히 걷는다.
산이 겹겹이 다가온다. 푹신한 소나무 길, 뒹구는 솔방울, 길잡이 숲 데크를 통한 바위길이 정답다. 예민한 새벽 거미줄도 이슬이 아슬아슬한 나뭇잎도 그들만의 소리로 하루를 시작하거나 마무리한다.
나도 조용히 이곳을 정리한다.
영화제의 사람들이 오래 기억날 것 같다. 엔딩 크레디트 끝까지 지킨 사람들이 그 영화에 박수를 보낼 때 마음이 뜨거워져서 손을 모았다. 다시 볼 영화를 품고 간다.
깊은 숲으로의 드라이브를 간직해 둔다. 내 하루가 담긴 곳을 돌아본다. 여행의 끝에는 달라진 세상이 나를 기다린다는 것을 안다. 욕조 가득 머리를 잠근다. 이제 거기로 간다.
♧ 길가메시의 꿈 포스터 from 제천국제음악영화제 JIM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