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그 산을 향해

[영화제] 2026 제천국제음악영화제, 9.3(목)-8(화)

by서희복

하나로서의 굳건함을 믿고 둘이 마주 보는 연결을 소망한다. 2를 가장 좋아하고 1의 자부심이 있다. 하지만 온전히 채우기 위한 삶으로 3을 쥐고 산다.


무엇을 시작하든 세 번은 겪고 지나간다. 첫 번째의 신선함과 두근거림을 마치고 두 번째의 깊이와 분위기를 즐기고 나서 세 번째는 이 시간들이 남은 내 삶이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한다.


네 번째 이후는 삶으로 이어졌다고 확신했다가도 어떤 때는 과감히 끊는다. 서울국제도서전처럼. 돈과 힘이 권위가 되면 오염되고 추락한다. 순수한 '나'로서 읽고 느끼고 깨닫는 여유를 충분하게 가지고 싶다.


이번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세 번째 길이다. 처음의 우연과 신비를 기억한다. 밀도가 낮은 곳으로의 설렘에는 낯선 사람들 그리고 나무와 공기와 숲이 크게 자리 잡았다. 너른 간격을 두고 띄엄띄엄 들어선 건물을 향해 드라이브할 때 뜨거운 태양이 마중했다. 그 뜨거운 빛을 피해 숲으로 기어들어가곤 했다.


두 번째 길, 한 작품이 끝나고 감독과의 대화에서 질문을 했었다. 그 감독의 개인적인 감성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든 영화의 인물들과의 연대를 확인하고 싶었다. 음악을 사랑하고 영화 속 장면마다 깊이 들어가 살다오는 내가 붙잡고 살아가야 할 힘을 모으는 길이었다. 그렇게 분위기를 즐겼다.


이후 지방선거에서 제천의 한 후보가 경제적 이유로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폐지하겠다고 한 기사를 읽었다. 가장 천박한 유혹으로 선거 유세를 하는 그 정치인의 수준을 보았다. 인본적인 철학은 안중에도 없고 문화적인 가치는 들여다보지 않는 얇은 세상이 되어 가는 것이 슬프고 안타깝다.


그렇게 세 번째를 앞두고 있다. 위기감을 느끼면서 얼마나 어떻게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지 항상 확인해 왔다. 이전보다 더 규모가 확장되어 행사가 다채롭고 더 많은 음악영화가 상영 예정이라 가슴이 두근거린다.


음악은 삶을 위안하는 안정제이고 고통을 줄여주는 진통제다. 영화 안에서 음악에 사는 것은 정신적인 만족감을 주고 몰입의 기쁨을 느끼게 한다. 그뿐 아니라 찰나의 쾌락을 주는 도파민과 지속의 행복과 연결되는 세로토닌을 활성화시키고 그들을 사랑으로 끌고 가는 옥시토신을 솟아나게 한다.


한 편의 영화를 보고 나오면 어느새 마음이 자라나 있다. 자란 마음만큼 몸도 생명을 얻는다.


기쁘게 살게 할 그 세 번째를 흠뻑 끌어안고 싶다.




▣ 로고: 제천에 거주하는 이철수 작가의 목판화 작품으로 제천의 호수, 바람, 산을 상징한다. 영화제의 철학적 미적 정체성을 담는다.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