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못한다"와 "앞으로도 못한다"는 전혀 다른 말이다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 지도교수님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너는 취업할 수 있는 DNA가 없어." 오래전 일이지만 아직도 그 문장을 정확하게 기억한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에게 "준비가 부족하다", "이런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는 말도 아니고, 애초에 취업할 수 있는 DNA가 없다는 말이었다. 당시에는 교수님의 말이니 무게감 있게 받아들였다. 나보다 슬롯 경험도 많고 학생들을 오래 지도해 온 분이 그렇게 이야기하니 정말 내가 취업하기 어려운 사람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그 말을 단순히 "틀린 말"이었다고 치부하고 싶지는 않다. 교수님은 나를 지도하면서 나름대로 관찰한 것이 있었을 것이다. 당시의 내 모습 가운데 취업에 불리해 보이는 부분이 있었을 수도 있고, 오랫동안 학생들을 지도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내린 판단이었을 수도 있다. 어쩌면 내가 보지 못했던 내 약점을 교수님은 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당시의 내가 모든 면에서 준비된 사람도 아니었다. 슬롯 경험도 많지 않았고 부족한 점도 많았다. 그러니 교수님의 평가에 내가 돌아볼 만한 근거가 전혀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시간이 한참 흐른 지금 돌아보면 한 가지는 분명하다. 교수님이 본 당시의 내가 틀렸던 것은 아닐 수 있지만, 그 모습이 나의 전부는 아니었다.
사람은 언제나 특정한 시점의 나를 본다. 지금까지 내가 보여준 모습, 자신과 관계를 맺으며 경험한 모습, 그리고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 안에서 나를 판단한다. 아무리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도 내가 앞으로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경험을 하고, 무엇을 배우고, 얼마나 달라질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누군가의 평가를 들을 때는 그 안에 섞여 있는 두 가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현재의 나에 대한 피드백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의 나에 대한 단정이다.
현재의 나에 대한 피드백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발표할 때 전달력이 부족하다", "일을 처리할 때 꼼꼼함이 부족하다", "사람들과 협업하는 방식을 조금 더 배울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는 불편하더라도 나를 성장시킬 수 있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인정하고 배우면 된다.
하지만 "그러니까 너는 이 일을 못할 거야", "너는 리더가 될 사람이 아니야", "너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어"라는 결론까지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그것은 더 이상 현재의 나에 대한 피드백이 아니라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예상이기 때문이다. "지금 못한다"와 "원래 못하는 사람이다"는 전혀 다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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