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래 지켜본 너는, 배우고 고쳐갈 줄 아는 사람이다
회사에 들어간 제자가 주눅이 들어 있었다. 선배들에게 업무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마음이 움츠러든다고 했다.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자신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말처럼 들렸던 모양이다. 혼자서도 자신의 서툰 점을 하나씩 되짚어보았다고 했다. 그런데 그 끝에 도달한 결론이 마음에 걸렸다.
"저는 슬롯생활을 못하는 것 같아요."
내가 아는 이 친구는 성실한 사람이었다. 시간을 잘 지키고 예의가 바르며, 맡은 일을 잘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성장하고 싶어 했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그냥 넘기는 사람도 아니었다. 성실함과 부지런함이 몸에 배어 있어 대학생 때부터 또래들에게 모범이 되었던 친구였다. 그런 제자가 업무에서 서툰 모습을 발견하고는 자신을 '슬롯생활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나는 말했다. "아니야. 너는 슬롯생활에 필요한 좋은 태도를 이미 갖고 있어. 시간을 지키고, 사람들에게 예의를 갖추고, 맡은 일에 바카라임을 다하려고 하잖아. 그 기본을 꾸준히 지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지금 업무가 서툰 부분은 배워야지. 하지만 그걸로 너 자신에 대한 결론까지 내리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덧붙였다. "내가 널 알잖아. 만 명이 넘는 대학생들을 만나온 내 안목을 한번 믿어봐. 나는 네 성실함을 봤고, 배우려는 태도도 봤어. 너는 결국 슬롯생활을 굉장히 잘하게 될 거야."
제자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잠시 뒤 그 친구가 말했다.
"제가 셀프 피드백이라고 했던 게, 아마 자기 비난이었던 것 같아요."
그 말을 듣고 생각했다. 우리는 자신을 돌아본다고 하면서, 생각보다 자주 자신을 몰아붙이는지도 모르겠다. 잘못한 일을 살펴보다가 어느새 나라는 사람 전체를 평가한다. 처음에는 "이번 보고서에서 핵심을 잘 정리하지 못했다"였는데, 조금 지나면 "나는 일을 못한다"가 된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나는 슬롯생활에 맞지 않는 사람인가 보다"라는 결론까지 내린다.
그 사이에는 큰 비약이 있다. 보고서 하나에 대한 피드백이 업무 능력 전체에 대한 평가가 되고, 다시 앞으로의 가능성에 대한 판정이 된다. 특정한 업무에서 드러난 부족함으로 너무 많은 것을 결정해 버리는 것이다.
물론 같은 지적을 여러 번 받으면 속상하다. 열심히 했는데도 부족하다는 말을 들으면 자신감이 떨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지금의 어려움이 곧 나의 한계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익숙하지 않은 업무도 있고, 아직 이해하지 못한 기준도 있으며, 배웠지만 습관으로 자리 잡지 않은 행동도 있다. 이를 구분하지 않은 채 "나는 못해"로 묶어버리면, 정작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는 더 흐려진다.
그러니 자신을 돌아볼 때는 먼저, 실제로 어떤 말을 들었는지 확인해 보면 좋겠다. 선배는 "보고서의 결론을 앞에 써주세요"라고 했는데, 내가 "너는 핵심도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이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상대가 한 말과 내가 덧붙인 해석을 구분해야 고쳐야 할 부분도 정확하게 보인다.
설사 선배가 "당신은 일을 못하는 사람이에요"라고 말했다고 하자. 그 말을 들으면 상처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한 사람의 평가이지, 나에 대한 최종 판정은 아니다.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고 사람 전체를 단정하는 말은 무례하며, 업무를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고쳐야 할 부분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확인하되, '나는 일을 못하는 사람'이라는 결론까지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지금 서툰 부분이 있다는 것과 앞으로도 계속 못할 것이라는 말은 전혀 다르다. 다른 사람의 평가가 내 미래를 확정할 수는 없다.
그다음에는 내가 나를 평가하는 말의 범위를 줄여보자. '나는'으로 시작해 자신 전체를 평가하기보다, '이번에는'으로 시작해 구체적인 장면을 돌아보는 것이다. "나는 바카라임감이 없어"보다 "이번에는 마감에 필요한 시간을 잘못 예상했어"가 더 정확하다. "나는 소통을 못해"보다 "이번에는 진행이 늦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렸어"라고 짚어야 다음에 바꿀 행동이 보인다.
마지막으로, 다음에 할 행동 하나를 정해보자. 마감 시간을 잘못 예상했다면 다음 업무에서는 중간 점검 일정을 잡을 수 있다. 상황 공유가 늦었다면 기한을 넘기기 전에 진행 상태와 어려움을 알릴 수 있다. 모든 부족함을 한꺼번에 고치려고 하기보다, 이번 피드백에서 먼저 적용할 것을 하나 골라 실천하는 것이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괴로운 반성으로만 끝나지 않고, 실제로 나아지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이때 부족했던 모습만큼 잘해온 모습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보고서에서 핵심을 놓친 것은 사실일 수 있다. 시간을 지키고, 맡은 일을 끝까지 해내려고 애쓴 것 역시 사실이다. 부족함을 고치려는 마음 때문에 자신이 꾸준히 지켜온 태도까지 지워버릴 필요는 없다. 나를 정확하게 본다는 것은 잘못한 것만 빠짐없이 찾아내는 일이 아니다.
나 역시 제자의 미래를 모두 알 수는 없다. 성실하고 예의가 바르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업무를 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배워야 할 것은 배우고, 고쳐야 할 것은 고쳐야 한다. 다만 나는 그 친구가 자신을 평가할 때 빼놓고 있는 모습들을 알고 있었다. 오랫동안 지켜온 성실함, 맡은 일을 잘하고 싶어 하는 마음, 부족한 점을 배우려는 태도였다. 나는 그 태도가 앞으로의 배움을 이어갈 힘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내 안목을 믿어달라고 했다. 지금의 피드백에 마음이 눌려 자신이 지켜온 좋은 태도까지 잊고 있는 제자에게, 내가 오래 보아온 모습을 돌려주고 싶었다. 아직 배우는 중인 자신에게 너무 일찍 결론을 내리지 않았으면 했다.
"사랑하는 제자야. 나는 결국 네가 잘할 거라고 믿는다. 부족한 점을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그것을 배우고 고쳐가는 너의 태도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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