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이용하는 순간, 평판은 무너진다
사람을 오래 가르치다 보면, 그 사람이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시간을 쓰고, 에너지를 쓰고, 때로는 내 경험까지 아낌없이 꺼내준다. 시행착오를 줄이고 더 빠르게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그래서 선생과 제자 사이에는 단순한 관계 이상의 신뢰가 쌓인다. 이 신뢰는 말 몇 마디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태도로 쌓이는 것이다.
그런데 그 신뢰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용되는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 아이가 국내 유수의 기업에 취업했다가 퇴사를 하고 개인 사업을 시작했다는 소식까지는 알고 있었다. 오랜만에 연락이 왔고, "멘토님, 제 사업에 대해 자문을 좀 구하고 싶어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자연스럽게 시간을 내주었다. 몇 년 만에 만나는 자리였고, 그동안의 고민이나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만남은 내가 생각했던 자리와 전혀 달랐다. 자리에 앉자마자 대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사업 이야기로 채워졌다. 고민을 묻는 질문도, 방향을 고민하는 흔적도 없었다. 이미 준비해 온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였고,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람이었다. 자문을 구하겠다는 말로 시작된 만남이었지만, 실제로는 영업의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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