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3부. 디자이너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툴의 시대
2012년, 어도비는 크리에이티브 스위트(Creative Suite)를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Creative Cloud)로 전환했다.
패키지 소프트웨어가 구독 서비스가 된 것이다. 업데이트는 빨라졌고, 진입 비용은 낮아졌고, 유튜브에는 튜토리얼이 폭발했다. 이어서 피그마가 등장해 협업을 브라우저 안으로 가져왔고, 캔바는 디자인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었다. 12장에서 본 그 민주화의 도구적 토대다.
이 과정에서 조용한 등치가 일어났다. 툴을 배우는 것이 디자인을 배우는 것과 동일시되기 시작한 것이다.
"피그마 잘 써요?" "포토샵 몇 년 했어요?" 디자이너 채용 인터뷰에서 가장 자주 오가는 질문들이다. 채용 공고의 자격 요건 첫 줄에는 툴 이름들이 나열된다. 학원의 커리큘럼은 툴 별로 짜여 있고, 자격증도 툴 별로 발급된다. 툴 숙련도가 디자이너 역량의 대리 지표가 됐다. 측정하기 쉬운 것이 측정해야 할 것을 밀어낸 전형적인 사례다. 사고력은 면접 30분으로 측정하기 어렵지만, 피그마 경력은 이력서 한 줄로 확인되니까.
레시피를 외우는 교육
요리를 배우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레시피를 외우는 것이다. 감자 200그램, 중불 7분. 빠르게 배울 수 있고, 결과물이 일정하다. 그러나 레시피에 없는 재료가 등장하면 막힌다. 감자가 없으면 그 요리는 불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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