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장 디자인의 위기는 정의의 부재 때문이다

16 2부. 무엇이 디자인을 죽였는가

by이규현

15장

디자인의 위기는 정의의 부재 때문이다


이 바카라의 핵심으로

지금까지 14개의 챕터를 걸어왔다.

공방의 모리스에서 시작해 공장의 포드를 지났고, 바이마르의 바우하우스와 디트로이트의 욕망 설계를 보았고, 감성과 경험과 서비스로 확장되는 디자인을 따라갔고, 디자인 씽킹의 폭발과 디자인 경영의 등정을 목격했고, 성공의 역설과 개념의 인플레이션을 진단했고, AI라는 거울 앞에 섰다.

이 긴 여정을 하나의 문장으로 압축하면 이것이다.

디자인의 위기는 AI 때문이 아니다. 디자인의 위기는 정의의 부재 때문이다.

이 장에서는 이 명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정의가 없다는 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부재가 어떤 구조적 문제를 만들었는지, 왜 우리는 정의를 미뤄왔는지, 그리고 정의는 가능한지.


정의가 없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정의가 없다는 것은 단순히 사전적 설명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사전에는 디자인의 정의가 있다. 학자들의 정의도 수십 개가 있다. 문제는 그 정의들 중 어느 것도 합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의가 없다는 것은 합의가 없다는 것이다. 디자이너들끼리,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 사이에, 디자이너와 슬롯 사이에. 우리가 디자인이라고 부를 때 실제로 무엇을 말하는지에 대한 공통된 이해가 없다.

비교를 위해 의사를 생각해보자. 의사는 진단하고, 처방하고, 치료한다. 이 정의는 한 사람이 선언한 것이 아니다. 수백 년에 걸쳐 의학 교육의 표준화, 면허 제도, 의료법, 윤리 강령, 그리고 무수한 슬롯적 협상을 통해 만들어진 합의다. 그 합의가 있기 때문에 환자는 처음 보는 의사를 신뢰하고, 보험사는 진료비를 지불하고, 법원은 의료 과실을 판단할 수 있다. 합의된 정의는 단어의 문제가 아니라 슬롯적 인프라다.

디자이너는 그 인프라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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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이자 창업가. 브랜드를 만들고 가르치며 살아갑니다. 인간의 창조성과 먹고 사는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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