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0 일상이 자꾸 불편해질 때

떠야 할 때가 있다.

by교주

아침 여섯 시, 헬스클럽 문이 열리자 익숙한 음악과 함께 차가운 공기가 안쪽으로 밀려들었다. 러닝머신 위에서는 사람들이 같은 방향을 바라본 채 제자리에서 달리고 있었다. 거울 앞에서는 누군가 덤벨을 들어 이두근을 부풀렸고, 운동기구 사이로 금속이 짧게 맞부딪치는 소리가 이어졌다.


도인은 랫풀다운 바를 가슴 쪽으로 천천히 내리고 있었다. 헬스 전문트레이너인 박감당은 운동기구 옆에서 초시계를 들고 도인의 팔꿈치 각도를 지켜봤다. 민소매 운동복 아래로 드러난 어깨와 팔은 옷보다 먼저 공간을 차지할 만큼 단단했다. 처음 보는 사람은 그가 말보다 힘을 먼저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쉬웠다. 그러나 회원의 몸을 짚는 손끝은 뜻밖에 섬세했다.


“조금만 더 내리세요. 네, 거기.”


도인이 바를 가슴 쪽으로 끌어내리자 박감당은 초시계를 보며 말했다.


“잠깐 멈췄다가 천천히 놓으세요. 당길 때보다 돌아갈 때 버티는 게 더 중요합니다.”


“30초 후에 다시 갑니다.” 박감당은 무게추를 40킬로에 맞춘 뒤 손끝으로 광배근을 가볍게 짚었다. “좋아요. 오늘은 양쪽이 같이 움직입니다.” 도인이 마지막 동작을 마치자 박감당의 얼굴이 밝아졌다. “지금 등이 제대로 일하고 있어요.”


도인이 손잡이를 천천히 놓으며 말했다.


“내 등은 나보다 코치가 더 잘 아는 것 같아.”


박감당은 기계 옆에 놓인 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웃었다.


“십 년이나 뵀잖아요.”


둘은 운동이 끝난 뒤 헬스클럽 일층의 작은 카페로 내려갔다. 박감당은 늘 마시던 단백질 음료를 주문했고, 도인은 커피를 받아 창가 자리에 앉았다. 감당은 일본어를 공부한다면서도 도인을 늘 ‘사부님’이라고 불렀다.


박감당은 오래전부터 일본 이야기를 했다. 어렸을 때 닌자 만화를 보고 하루 종일 뒷마당을 뛰어다녔다고 했다. 일본은 늘 그의 이야기 속에 있었지만, 한 번도 출발한 적은 없었다.


“언제 갈 건데?”


박감당은 대답 대신 단백질 음료를 마셨다. 도인은 더 묻지 않았다. 이미 여러 번 들은 대답이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교주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이론을 삶으로 번역하고, 멈춤과 고통까지 능동적인 움직임으로 바꾸는 작가! — 교주 —

224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8화Ep.19 데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