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1 부머의 역습

움직이면 다음이 보인다.

by교주

박감당은 도인이 던진 종이비행기가 떨어진 곳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천천히 걸어가 집어 들었다. 한 번 던져볼 듯 팔을 들었다가 피식 웃으며 날개만 손끝으로 쓰다듬었다.


다음 날 아침, 박감당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헬스클럽에 나왔다. 프런트에 기대 실내를 둘러보다 문득 엄마, 아버지 또래 회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러닝머신 앞줄에는 희끗한 머리들이 나란히 움직였고, 실내 자전거를 타는 할머니 둘은 페달보다 이야기를 더 열심히 돌리고 있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많았지?'


십 년 전 오전은 젊은 회원들의 시간이었다.


그날 매니저가 그를 불렀다. 옆에는 처음 보는 남자가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희끗한 머리와 달리 어깨와 팔은 여전히 단단했고, 오른손에는 꽤 큰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새로 등록하러 온 남자는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고 싶다고 했다. 장애가 있는 회원을 맡아본 적이 없던 매니저는 몇 가지 질문 끝에 말했다. "재활운동을 원하시는 거죠?" 남자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재활은 병원에서 했고요. 나는 여행근육을 키우려고 왔어요." 매니저는 잠깐 말을 멈추더니 박감당에게 눈짓했다.


"코치님이 한 번 봐주실래요?"


박감당은 남자의 눈높이에 맞춰 휠체어 앞에 쪼그려 앉았다.


"어떤 운동을 하고 싶으세요?"


남자는 기다렸다는 듯 웃었다.


"다시 여행을 하려고요."


젊었을 때 휠체어 농구와 테니스를 했다는 남자는 손가락의 커다란 반지를 들어 보였다. '롤링 라이온스' 팀이 전국대회에서 우승했을 때 받은 것이라며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들이 그냥 챔프라고 불렀어요. 챔프라고 하세요."


악력도 여전히 강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수동 휠체어를 오래 밀면 어깨가 먼저 지쳤다. 자기 팔로 휠체어를 밀며 다시 여행하는 것이 목표였다. 박감당은 어깨와 몸통, 그리고 견갑골의 움직임을 살핀 뒤 말했다.


"팔만 하시면 안 되겠네요. 등하고 코어를 같이 해야겠습니다."


챔프가 웃었다. "그건 코치가 알아서 시켜주세요. 나는 여행만 가면 되니까."


그날부터 둘은 일주일에 세 번 만났다. 박감당은 무게보다 자세를 먼저 봤고, 챔프는 운동이 끝날 때마다 휠체어 바퀴를 세게 밀어봤다. 몇 주가 지나자 움직임이 달라졌다. 어느 날 챔프가 평소보다 빠르게 휠체어를 밀고 와 장난기가 가득한 얼굴로 감당에게 말했다.


"봤어요?"


박감당이 웃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안 쉬고 왔잖아."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할머니 한 분이 다가와 자기도 좀 봐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다음 날에는 무릎이 아프다는 사람이, 며칠 뒤에는 허리를 짚은 사람이 박감당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새 오전이면 나이 든 회원들이 그의 주위에 모였다.


집에서도 박감당은 점차 달라졌다. 소파에 누워 일본 무술 만화를 펼치던 시간에 식탁에서 랩탑 컴퓨터에서 운동 영상을 보거나 종이에 뭔가를 적기도 했다. 그러다가는 조용히 창밖을 내다보며 멍한 듯 있곤 했다. 며칠을 지켜보던 엄마가 밥을 먹다 말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교주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이론을 삶으로 번역하고, 멈춤과 고통까지 능동적인 움직임으로 바꾸는 작가! — 교주 —

224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9화Ep.20 일상이 자꾸 불편해질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