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7 사람이 없었네

틀린 말은 하나도 없었어. 그런데 사람도 없었네

by교주

바카라상 위에는 '개업 축하' 리본이 달린 화분이 놓여 있었다. 화초는 물을 받은 지 오래된 듯 잎 끝을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 그 옆에는 〈자기 합리화 교정사 한마리〉라는 명패가 놓여 있었다. 한마리 앞에는 삼십 대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앉아 있었다. 여자는 살을 빼려고 야식을 끊고 싶지만, 밤만 되면 무너진다고 했다. 이번이 7번째 다이어트 시도라고 했다. 야식녀는 상담 내내 손가락으로 휴지를 잘게 찢고 있었다.


“어젯밤에도 못 이기고 또 치킨을 시켰어요.” 야식녀의 말에 차트를 덮으며 물었다.


“후회하셨나요?” 야식녀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네.”


“오늘도 시키실 것 같으세요?” 야식녀는 한참 망설이다가 작게 말했다. “… 아니요.”

“확신은 없으시네요”

“...”

“그러면 오늘 밤에도 치킨이 이기겠네요.”


야식녀의 손이 가방끈을 꽉 움켜쥐었다. “맞는 말 같기는 한데…” 야식녀는 잠깐 멈췄다. 그 사이 얼굴이 붉어졌다. “남의 말이라고 너무 쉽게 말씀하시네.”


야식녀는 휴지를 움켜쥔 채 가방을 어깨에 메고 문 쪽으로 갔다. 문은 밀어도, 당겨도 열리지 않았다. 그때 문이 밖에서 조금 열렸다. 야식녀는 문을 확 잡아당기고는 고개를 숙인 채 뛰어나갔다. 막 치료실 문을 열던 은균과 도인이 동시에 몸을 비켰다. 둘은 놀란 얼굴로 뛰어나가는 여자를 바라봤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여자는 버튼을 여러 번 눌렀다.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여자는 손등으로 눈가를 훔쳤다.


도인은 말없이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 은균이 상담실 안으로 들어오며 엘리베이터 쪽을 한번 돌아봤다.

“무슨…?”

한마리는 차트를 덮으며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몰라.”

잠깐 침묵이 흘렀다. 은균은 더 물을 수가 없었다.


그때 다시 문이 열렸다. 이번에는 젊은 남자가 들어왔다. 셔츠 깃은 조금 구겨져 있었고, 손에는 모서리가 닳은 바카라이 들려 있었다. 그는 들어와 도인과 은균이 있는 걸 보고 잠깐 멈칫했지만, 괜찮다는 듯 의자를 권하자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그는 취준생이었다. 면접만 생각하면 가슴이 뛰고, 바카라상 앞에 오래 앉아 있어도 걱정만 하다 하루가 끝난다고 했다. 말하는 동안 그의 시선은 자꾸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번에는 바로 말하지 않았다. 펜 끝을 차트 위에 세워 둔 채, 한 박자 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공부를 몇 시간 하셨어요?” 하고 물었다. 남자는 “한 시간 정도요.” 하고 작게 대답했다. “걱정은요?” 하고 다시 묻자 취준생의 입술이 잠깐 멈췄다. 고개를 숙이며 “거의 하루 종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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