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6 한마디 하는 사람

"웃을 때는 ... 진짜 예쁩니다."

by교주

멍. 멍. 멍.


휴대전화가 짖었다. 도인은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을 멈추고 화면을 내려다봤다. 등록되지 않은 번호였다. 받을까 말까 잠깐 생각했지만 오래 고민하지는 않았다. 창문은 반쯤 열려 있었고, 캐프리는 소파 아래에 엎드린 채 한쪽 귀만 살짝 세우고 있었다.


“나도인입니다.” 잠깐 정적이 흘렀다. 숨을 한 번 고르는 소리가 들렸다. “교수님...” 도인은 목소리를 듣자마자 웃었다. “은균이?” 전화기 너머에서도 작게 웃는 소리가 났다. “기억하시네요.” “회로보다 커피를 더 많이 끓이던 조교를 어떻게 잊나.” 잠깐 웃음이 오갔다. 그리고 은균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교수님... 여자친구가 저를 고치려고 합니다.” 도인은 말없이 휴대전화를 귀에서 조금 떼어 다시 확인했다. 전화번호를 잘못 받은 건 아닌 것 같았다.


학교 앞 카페는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테이블마다 노트북과 전공바카라이 펼쳐져 있었다. 시험 기간 특유의 공기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전공바카라은 더 두꺼워졌고, 노트북은 더 얇아졌지만 학생들 얼굴은 여전히 비슷했다. 창가 끝에서 손을 흔드는 은균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예전보다 눈 밑이 조금 더 어두웠고, 웃을 때마다 입가에 작은 떨림이 있었다.


커피가 놓이고 나서야 은균은 다시 아까 이야기를 꺼냈다. “여자친구가 치료실을 열었습니다.” 도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일이네.” 은균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잠깐 멈췄다. “공동대표가 되기 전까지는요.” 도인은 커피를 마시다가 웃음을 참았다.


은균은 회사를 그만둔 이야기를 담담하게 했다. 사직서를 내는 데는 삼 분도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오래 걸린 건 그전이었다. 회사에 남을 이유를 만드는 데는 석 달이 걸렸고, 사직서에 사인을 하는 데는 삼 분이면 충분했다. “이상했습니다.” 은균은 창밖을 바라봤다. “겁이 날 줄 알았는데...” 잠깐 웃었다. “... 왜 진작 안 했지, 그 생각만 들더라고요.”


은균은 커피잔을 손끝으로 천천히 돌렸다. “사실...” 잠깐 웃었다. “회사 다니면서 이상한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도인은 조용히 듣고 있었다. “교수님 수업이 자꾸 생각났습니다.”


도인은 피식 웃었다. “공대 수업 말고?” “아뇨.” 은균도 웃었다. “철학 수업이요.” “철학 수업?” “기계공학 시간에 갑자기 철학 버튼이 눌리시던 거요.” 도인은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


“교수님이 그러셨잖아요.” 은균은 커피잔을 천천히 돌리며 말했다.


“선택은 형태가 달라져도 삶의 질은 비슷하다고”


“그리고 첫 움직임이 제일 어렵다고.”


“그때는...” 은균은 씨익 웃었다. “... 또 시작이네 했습니다.” 도인은 커피를 마시려다 말고 웃었다. 부정할 수 없는 평가였다. 은균은 창밖을 바라봤다. “근데 회사를 다니다 보니까 이상하더라고요.” “회사 나쁘지 않았습니다.” “사람도 나쁘지 않았고.” “월급도 나쁘지 않았고.” 잠깐 멈췄다. “그런데... 저는 한 번도 좋지 않았습니다.”


도인은 잠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은 오래전에 지나가듯 던졌던 말이었다. 그런데 은균은 아직도 그 문장을 기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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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을 삶으로 번역하고, 멈춤과 고통까지 능동적인 움직임으로 바꾸는 작가! — 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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