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4 결정력 재활 센터

옵션은 만들면 되죠.

by교주

결정력 재활 센터의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도인은 먼저 공간이 아니라 벽을 봤다. 정면에 붙어 있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글씨로 적혀 있었는데, 일부러 크게 주장하지 않으면서도 피할 수 없게 읽히는 위치였다.


‘고민은 중독입니다.’


도인은 그걸 한 번 읽고 지나치려다가, 다시 한번 더 봤다. 맞는 말 같기도 했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고개를 조금 기울인 채 잠깐 서 있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중독까지는 아닌데…” 그 말을 끝내고 나서야 안으로 들어갔다.


상담실 안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무언가 특별한 장비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치료를 한다는 긴장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바카라상과 의자가 있고, 그 뒤에 사람이 앉아 있었다. 도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가슴 쪽으로 내려갔다. 이름표가 먼저 보였다. ‘결정력 재활 치유사 오햄릿.’ 도인은 그 이름을 한 번 더 읽고 나서야 얼굴을 봤다.


치약녀는 이미 햄릿과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그로서리에서 보던 얼굴보다 더 심각해져 있었다. 햄릿에게 설명하던 치약녀는 결론을 말했다. “결국 치약을 못 샀어요.” 햄릿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말을 이어가도록 기다렸다. 치약녀는 지친 듯 고개를 떨구었다. 햄릿은 잠깐 생각했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한 번… 눈 감고 해 볼까요.”


하나, 둘, 셋에 그냥 손을 뻗어 잡아보라고 했다. 설명은 짧았지만 말하는 속도는 느렸다. 상대가 따라올 수 있도록 기다리고 있었다. 치약녀는 바로 반응하지 못했다. 눈을 감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게 아니라, 그다음을 생각하게 되는 얼굴이었다. 그래도 결국 눈을 감았다.


햄릿이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


“잠- 깐- 만- 요!”


치약녀는 눈을 감은 채로 멈춘 상태였다. 햄릿도 같이 멈췄다. 둘 사이에 이상한 정적이 생겼다. 눈은 감고 있고, 손은 움직이지 않고, 시간만 흐르고 있었다. 햄릿은 그 상황을 잠깐 지켜보다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방식을 바꿔봤다. 치약들을 손으로 휘휘 저어 한번 섞어, 놓인 순서를 바꿨다. 그리고 따로 설명을 붙이지 않았다.


“그냥 잡으세요.”


치약녀는 다시 눈을 감았다. 이번에는 멈추지 않고 손을 뻗었다. 하나가 잡혔다. 눈을 떴다. 민트 강도 4단계라는 글자가 보였다. 그걸 보는 순간 치약을 떨어뜨리고 얼굴이 굳었다. “어머!, 이거… 너무 세지 않나요?” 햄릿의 얼굴에 난감함이 스쳤다. 햄릿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눈이 치약으로 갔다가, 치약녀 얼굴로 갔다가, 다시 치약으로 돌아왔다.


도인은 그 표정을 잠깐 더 쳐다봤다. 아직 익숙해 보이진 않았다. 햄릿의 침묵이 조금 길어지자 도인이 끼어들며 가볍게 말했다. “죽진 않아요.” 치약녀가 바로 고개를 들었다. “진짜요?” 도인은 치약을 집어 들며, 아무렇지도 않게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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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을 삶으로 번역하고, 멈춤과 고통까지 능동적인 움직임으로 바꾸는 작가! — 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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